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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 나, 그 사이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by June H


미리 전역 축하드리고,

미리 졸업 축하드리고,

미리 취업 축하드리고,

미리 결혼 축하드립니다.



굳이 다시 만날 필요는 없지만,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작별의 순간 상대방의 앞날을 응원하는 마음에서 내가 건넨 말이다. 사실 그 사람이 내게 특별한 사람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도 아니다. 한 달 정도 일하기로 한 식당에서 처음 주방 일을 배우며, 고작 3일간 같은 파트에서 함께 일한 사람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정이 들었나 보다. 물론 알바라는 것이 직장과는 다르게 직급이 없고, 다 같이 같은 위치에서 서로 고생하는 일이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그 짧은 시간에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나는 무슨 근거로 그 사람을 좋게 봤던 것이며, 그 사람을 응원하는 마음은 왜 생긴 것이고, 말뿐이긴 해도 그 마음을 겉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강한 동기가 생겼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타인에게 시선이 가는 순간, 그 대상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그저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보고 말이다. 그 판단이 결과적으로 맞았는지 틀렸는지와는 무관하게 그저 그렇게 할 뿐이다. 그렇다면 그 겉모습이라는 것은 정확히 무엇일까? 내 생각에 그것은 타인과 내가 속한 어떤 맥락 속에서 상대방이 보이는 태도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즉, 상대방이 그 맥락에 부합하는 몸짓이나 손짓, 얼굴 표정, 어조 등을 보이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이를 통해 그 대상에 대하여 파악하는 것이 아닐까?


내가 일주일 전에 만난 알바 스승님은 맥락 속에서 완벽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한 달 먼저 일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텃세를 부리는 것 없이 대등한 관계임을 인지하고 나를 대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주방 일의 특성상 빠르게 움직이며 음식을 끊김 없이 손님들에게 내놓아야 하는데, 바쁜 상황에서도 일을 잘 이해하고 능숙하게 처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가끔 바쁠 때 동선이 꼬이거나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그것이 어떠한 피해를 주는 행동은 아니었고, 오히려 그런 빈틈이 인간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또한 일을 하다 보면 상대방에게 부탁을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데, 내가 그 부탁을 듣고 그것을 해주었을 때마다, 부탁의 크기와 상관없이 늘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어투 또한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아 진중함이 느껴졌다. 그러면서 잠깐씩 나누는 대화를 통해 서로의 공통점들을 발견하며 유대감을 쌓았다.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이러한 것들을 종합하여 볼 때, 그를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이와는 별개로 배울 점이 참 많고,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던 것이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의지하며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작별의 마지막 순간, 나름의 감사의 표현을 상대방의 온도에 맞춰 나만의 방식으로 전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타인에 대해 떠오른 마음이 이끌어낸 어떤 사건에 대한 나의 해석에 불과하다. 본질적인 질문인 왜 그 마음이 떠올랐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답을 내릴 수 없다. 앞서 말했듯 타인을 마주했을 때, 그 사람을 괜찮은 사람으로 볼지 아니면 그 반대편에 놓을지를 결정하는, 타인에 대한 마음은 그저 떠오르는 것으로 통제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것에 대해 억울해 할 수는 있어도 따질 수는 없는 입장인 것이다.


그러나 이미 떠오른 마음을 어떻게 드러내고 표현할지는 완전히 별개의 영역이다. 그것은 온전히 나의 책임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느끼기에 나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것에 대하여 상대방은 얼마든지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중요한 것은 그 마음이 왜 떠올랐는지가 아니라, 떠오른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을 어떻게든 표현하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 인간의 본질이라면, 그 표현은 기술적으로 섬세하고 진심 어린 태도로, 그리고 상대방의 언어로 다가가야 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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