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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에게

손편지의 추억

by 박미라 Mar 07. 2025

미소에게


오늘 아침에야 네가 가지고 온 망고를 꺼내 먹었단다. 씨앗이 납작한 돌 덩어리 같기도 하고 굵은 생선뼈 같기도 한 것이 맘에 안 들어서 마트에서 과일 고를 때 항상 멀리 했는데 역시 맛은 일품이네..  앞으로는 망고씨, 도 예뻐해야지.. 무엇이든 무작정 미워하는 건 그 대상자 입장에서는 마음이 아파.. 미워하는 사람도 마음 불편하고.  내 연령대는 사물에게 점점 감정이입을 하게 되고 역지사지와 측은지심 같은 단어들과 친밀감 형성되는 시기인가 봐. 그런 면은 나이 듦의 장점이라고 야겠지?

 

어제는 참외를 그렸는데 실패했어. 다시 시도해야겠어..  그런데 재밌는 것은 참외와 함께 연필을 하나 그려 넣었는데 내가 그것을 여러 번 집으려 했다는 것..ㅎㅎ

요즘은 슬럼프에 빠져 아무것도 의욕이 없어. 그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야. 초기에 그 많던 열정이 어디로 갔는지 떠나서 돌아올 줄 모르네. 무엇을 그릴 지 소재도 못 찾겠고 스케치도 잘 안 되는 것 같아. 나는 욕심이 많은가 봐. 정체되어 있으니까 견디기 힘들어. 자꾸 앞으로 가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까 불안하다고 할까? 실력이 안 되니 그려보고 싶은 풍경은 아직 엄두가 안 나고, 예전대로 하자니 그건 아닌 것 같아 손 놓고 허송세월만 하고 있단다.                                      나에게 그림공부 시작하게 한 사람이 너니까 이 지점에서 격려 한 마디 해 주는 건 어떨지...  한 걸음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고민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겠지?  지금이 바로 그때인 것 같아.  취미활동을 너무 심각하게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나치게 몰입하는 태도가 나의 장점이자 단점이란다. 화가가 되고자 하는 것도 아닌데 쉬면서 가야지, 숨차니까~

 

점심식사 했니?

직장인들 모두 식사할 시간에 느지막이  일어나 과일들과 구수한 커피를 즐기고 있단다. 친구 삼아 햇빛과 음악을 집 안에 들여놓았어..  연습작 그림들과 도구는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고 실내의 모든 물건들이 자유롭게 제멋대로  방향을 잡고 앉아 깨끗한 구석이 없는데 게으른 집주인은 불편을 모르고 있구나..

 

여행 출발일이 곧 다가와서 미용실도 다녀오고 약국 가서 비상약품도 몇 가지 샀단다. 코로나 이후 처음 가는 해외여행인데 이번에는 설렘이 없네. 그러니 아무 준비도 않고 있다가 기대 없이 그냥 떠나야지... 그래도 의외로 아주 멋진 여행이 되어준다면 좋겠다!  아직도 고민 중인 한 친구가 있는데 정말 안타까워.  친구는 이 여행을 너무 기대하면서 계획했는데 예기치 않은 가정 내 사정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괴로운 고민에 싸여 있으니 어쩌면 좋을지... 부디 좋은 결정 해야 할 텐데.


우리 20대에 손 편지 참 열심히 주고받았는데, 그지?  그때가 좋은 시절이었던 것 같아. 자필로 또박또박 적어 내려간 글씨 한 자  한 자에 우정과 추억이 빼곡히 박혀 있었지. 그런데 지금은 '스마트폰의 발전과 AI의 등장'이라는 놀라운 세상이 되었네. 아무리 AI 시대가 도래했다 해도 부분적으로는 아날로그 상태로 살 수 있으면 좋겠어.


항상 미소 지으며, 잘 지내.     


ㅡ 언니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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