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운동밖에 답이 없다던 내 척추를 위해

by 서제

척추측만증을 비롯한 불균형 문제에는 막연히 필라테스가 괜찮더라는 말을 숱하게 들어왔다. 그래서 나는 학교로부터 척추측만증 의심 소견서를 받자마자 집 앞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필라테스 학원에 상담을 예약했었다.


그러나 예약일이 미처 다 오기 전, 종합병원에서 엑스레이를 보고서는 잠시 뒷걸음질 쳤다. 내 척추가 과연 운동을 해도 되는 상태일까? 잘못 운동했다가 더 휘는 게 아닐까? 처음 맞닥뜨린 척추의 모양새에 걱정이 앞섰기에, 나는 섣불리 시작하지 않고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고자 대학병원 진료를 먼저 받기로 했다.


그러고서 대학병원에 갔더니, 성장이 끝난 내게 교수는 남은 선택지가 운동뿐이라고 말했다. 병원 내 스포츠건강의학센터에서 또한 나의 척추에 필요한 운동을 알려주는 동시에, 필라테스를 해도 좋겠다는 권유를 남겼다.


그래서 이번에는 거리뿐 아니라 내 지역 전방에서 나에게 적합할 필라테스 학원을 본격적으로 찾아보았다. 저마다 길게 늘어뜨린 자격증과 교육 수료들에 다소 난감했으나, 몇몇 군데 비교를 해보다 보니 조금씩 감이 생겼다. 특정 교육 수료보다는 자격증을 위주로 보고, 나와 비슷한 경우의 회원 후기에 집중했다.



그렇게 결국 등록한 건 집 앞 5분 거리, 마음만 앞선 채 예약했던 그 학원이었다.


알고 보니 그곳에는 경력 있는 원장과 물리치료사 출신 강사가 있었다. 거리만으로도 합격이었는데, 물리치료사 출신인 강사까지 있다는 점은 내게 모자랄 게 없는 선택지였다. 판단이 서자마자 나는 곧장 연락해 상담과 입문자 수업을 받았다.


원장은 scoliometer(척추측만계)를 이용해 나의 측만 정도를 가늠하고 전, 측, 후면 사진을 찍으며 나의 체형을 분석했다. 그 후 특히 흉추의 변형이 심하고 우측 날개뼈의 튀어나온 정도가 심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교정 중심의 운동을 진행했다. 수업을 받으며 딱히 마음에 걸리는 데가 없다는 생각에 주 2회 50분 개인 수업을 10회 결제했다.




척추측만증 때문에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운동을 쉬이 좋아할까?


네이버 카페에서 어린 자녀를 둔 부모의 글을 보다 보면, 억지로 운동을 시켜야 해서 마음이 아프다는 글을 여럿 읽게 된다. 아무래도 '해야만 한다'라는 의무감에 시작되는 운동은 마냥 달갑지 않은 경우가 많아 보인다.


그러나 내가 조금 머리가 커서인지, 진단 전부터 건강 챙기기를 좋아하던 사람이라 그런지, 다행히 나는 필라테스를 비롯한 운동을 무척 좋아했다. 척추측만증의 발견이 내게 가져온 몇 안 되는 소중함 중 하나를 언제나 ‘필라테스 시작’이라 꼽을 정도이니까 말이다. 주변 친구들에게 필라테스 영업도 많이 해서 찬양론자냐는 말도 들었다...


아무래도 꽤 이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운동이라 그런 걸지도 모른다. 혼자서 홈 요가를 하거나 스트레칭을 할 때면, '필라테스도 이런 느낌일까?'하는 궁금증이 일곤 했다.


그러나 적지 않은 비용이 꾸준히 발생한다는 점에서 무작정 시작하기에는 부담이 들었다. 그랬기에 2022년 여름 이전까지 내게 운동이란 홈트레이닝 영상 따라 하기와 가벼운 상체 덤벨 운동, 걷기가 전부였다.


그러나 척추측만의 발견은 상황을 바꾸었다. 이제는 필라테스가 ‘안하면 안되는 운동’이 되었다.


완전히 자의적으로 다니게 된 건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움과 찝찝함이 없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일단은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 아래 해보고 싶던 운동을 한다는 게 꽤 신이 났다.


게다가 운이 좋았던 점은, 실제로 수행하는 동작들 또한 나의 취향에 잘 들어맞았다는 사실이다. 공부하다 지쳤을 때 필라테스 수업에 가면, 긴 호흡을 갖고 나 자신에게 집중을 해야 하는 일련의 시퀀스들이 내 뇌를 말끔히 씻어주었다. 뿐만 아니라 유연성이 원체 있던 편이라 그런지, 수행하는 동작들에 무리도 안 가고 원장과 강사의 '잘한다 잘한다' 칭찬에 기분이 들떠 자신감도 함께 붙어 즐겁게 운동을 다녔다.


그렇게 나는 2022년 8월에 필라테스를 시작해, 개인 수업 20회에 그룹 수업 몇 번을 거치고 나니 어느덧 두번째 대학병원 진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keyword
이전 06화지방에서 서울로 대학병원 찾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