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학병원 찾아가기

친절한 교수 찾다가 보조기 처방을 받아버렸다

by 서제

필라테스 개인 수업을 20번 마치고 나니, 멀게만 느껴졌던 대학병원 진료가 어느덧 코앞으로 다가왔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아마 학사일정을 고려해 고등학교 2학년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난 후로 예약을 조정했었고, 그렇게 2022년 12월 중순 다시 서울로 향했다.


처음 찾아갔던 대학 병원에 특별히 불만이 있던 건 아니지만, 두 가지 이유에서 구로의 대학 병원을 방문하기로 했다.


우선 송파의 그 교수는 곧 대학 병원을 떠날 예정이라 이듬해부터 대학 병원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하였다. 오랜 경력이 퇴임과 이어진다는 건 미처 생각 못했었던 점이다. 의료진을 보고 찾아갔던 병원이기에, 교수가 바뀐다면 굳이 그 병원에 가야 할 이유가 없었다.


또한 구로의 교수는 네이버 카페에서 압도적으로 친절하다는 진료 후기가 많아 꼭 한 번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의료진마다 수술이냐 보조기냐 관찰이냐 등 권장하는 치료 방법이 다르다고 하였기에, 과연 내게는 어떤 판단을 내릴지, 혹여 그전 병원과 다르게 바라볼지 궁금해 찾아갔다.




오전 진료였기 때문에 전날 친언니의 집에서 자고 난 후 지하철 30여 개의 역을 거쳐 구로에 도착했다. 주말 아침이라 창구가 일찍 열리지 않아 헤맸지만 그 이후로는 종이에 적힌 준비사항에 따라 순조롭게 이동할 수 있었다.


다만 수납 하이패스 시스템도 모른 채로 무인 수납도 되지 않는 주말에 첫 방문을 하는 통에 동선이 다소 별로였다. 수납하랴, 접수하랴, 영상 CD를 등록하랴… 본관 접수처와 정형외과 사이 왕복만 세 번이었다


끝끝내 본관 접수처에 마지막 진료 전 수납을 하고서는 영상의학과로 이동했다. 이전 대학 병원과 달리 다양한 각도와 자세에서 엑스레이를 찍었다.


선 자세로 정면, 후면, 측면 흉부를 촬영하는가 하면, 왼팔과 왼팔꿈치, 하반신을 차례로 찍기도 했다. 그 이후에는 허리도 굽혔다가, 고개를 위로 쑤욱 들었다가, 눕기도 하며 열 장도 넘는 엑스레이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촬영을 마친 후 정형외과 앞에서 마지막 대기 끝에 진료실로 들어갔다.


지난 병원과 마찬가지로 (수련 중일) 다른 의사가 먼저 엑스레이를 열고 각도를 측정해 세팅을 했다.


왜 이리 많은 엑스레이를 찍나- 궁금했는데, 그녀는 그 사진들을 모두 훑어보며 내 상태를 서술했다. 골반 아래로나 발에서는 그다지 문제 되는 불균형은 보이지 않으나, 거북목과 흉추 쪽 측만이 심하다고.


하도 엑스레이 사진을 들여다보며 자주 심란해했던 터라 이제는 사진 속 휜 척추가 어색하지 않았는데, 곡선 하나 없이 빳빳한 거북목은 충격이긴 했다. 중학생 때부터 독서대를 꼬박꼬박 써왔건만 왜 결과는 커브 따위 없는 목일까, 심란해하다 보니 어느새 교수가 들어왔다.


교수 또한 나름대로 그 사진들을 모두 열어보고는, 내게 희소식과 악소식을 동시에 전했다.


성장판이 완전히 닫히지는 않았네. 4단계. 밤 보조기 합시다.



평균 키에 미처 다다르지 못한 나에게 성장이 남아있다는 건 꽤 신이 나는 소식이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악소식이기도 했다. 각도가 더 진행될 가능성 때문에 그는 내게 밤 보조기를 처방했다.


네이버 카페에서 보조기로 여간 스트레스를 받아하는 환자와 보호자의 이야기를 많이 접해, 보조기 단어를 듣자마자 ‘안 하면 안 되나요?’라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그는 당시 내 상태에 보조기가 필요한 이유를 아주 차분히, 그리고 길게 설명해 주어 그저 ’네, 네…‘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교수가 다시 떠난 뒤, 엑스레이를 먼저 봐주었던 의사가 다시 들어와 보조기 관련 일정을 시간 순으로 정리해 주었다. 단숨에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할 일이 무언가 많아 보였다. 열심히 메모를 남기고서는 그렇게 두 번째 대학병원 진료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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