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없는 숫자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성장기에 시작된 무월경

by 서제

간략히 나의 무월경 타임라인을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2020년 5월) 첫 생리 후 50일~200일 간격의 생리
2022년 11월) 마지막 자연 생리
2022년 12월~2024년 2월) 무월경
2024년 2월) 첫 산부인과 진료
2024년 3월~8월) 피임약에 의한 생리
2024년 9월~11월) 무월경
2024년 12월) 피임약에 의한 생리
2025년 1월~현재) 무월경


무월경을 이왕 극복해 보기로 한 거, 내가 왜 무월경이 되었을지 과거를 되짚어 보는 일은 지나칠 수 없었다. 인터넷에서 젊은 나이대 여성들의 무월경 사례를 찾아보니, 대개 다이어트로 인한 급격한 체중 변화가 영향을 준다고들 했다. 일부러 다이어트를 한 적은 없지만, 나 또한 알게 모르게 체중 변화가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어 학교 건강검진 자료와 인바디 검사지를 정리했다.


차례로 체중, 체지방량, bmi (기계 차 O)


첫 생리를 한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스물 하나인 지금까지 모은 자료는 기억 그대로였다. 키는 6cm가량 차근차근 자랐고, 체중은 무월경 극복을 다짐하기 전까지 40kg 초반에서 조금씩 늘어나 45kg에 이르러 유지되기 시작했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비만도의 기준이 변하는 바람에, 성인이 되었을 때 bmi 지수는 거의 일정했지만 저체중이 돼버렸다.


즉, 나는 그다지 급격한 숫자 상의 변화를 겪지 않았다. 그러나 이게 문제였다.


내가 불규칙한 생리를 지속하다 무월경이 시작된 나이는 겨우 열여덟, 만으로는 열여섯에 불과했다. 성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하면서 여성으로서 신체적 특징이 나타나는* 2차 성징 시기에, 변화가 없었다는 건 쉬이 넘어갈 일이 아니다. 피하 지방이 늘어나야 했을 시기이지만, 가슴과 골반을 포함한 나의 체형은 점차 왜소해지고 체지방률은 내리막길을 타고 죽죽 감소했다.




그리고 나는 생리가 시작할 즈음부터 그 변화 없는 숫자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과체중과 비만 사이를 오가다 중학생 때 소위 ‘살이 키로 가는 변화’를 겪으며, 사람들의 시선이 변하는 것을 느꼈다. 초등학생일 적 나의 살을 보고 무어라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엄마는 종종 나를 ‘꽃돼지’라 부르곤 했다. 그러나 점차 키만 커지던 나를 보며 마른 체형이던 엄마는, ‘몸은 엄마를 닮았었나 보다. 이제 꽃돼지가 아니네.’하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아, 나 이제 살이 찌면 안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지어터의 시작이었다. 고작 열여섯에, 한창 자랄 시기에.


그 생각은 꾸밈을 좋아하던 무리와 친해지면서 점차 견고하게 자리를 잡아갔다. 점차 뒤틀린 식습관과 운동 강박이 강해졌다. 고집이 괜히 강해가지고서는··· 강박에 가까운 나와의 약속은 한 번 세우면 좀처럼 깨지지 않았다. 무월경으로 30개월을 보낼 때까지.






* 기술사랑연구회, Basic 중학생을 위한 기술·가정 용어사전, 신원문화사(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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