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경부터 무월경 30개월까지
첫 생리는 느린 편이었다. 몇 달 더 안 하면 병원에 가보아야 할지 고민하던 차였다. 팬데믹으로 인해 온라인 개학을 맞이한 지 두 달이 지나고, 처음으로 학교에 가는 날 중학교 3학년 5월에 나는 피를 보았다.
당시 155cm에 40kg 초반, 감량에 목적을 두지 않았지만 식사에 갖가지 제약을 스스로 주기 시작했던 때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나는 무월경이 식습관과 생활습관의 영향을 받았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시작했을 때는 지금보다 더 작고 말랐던 데다, 식습관과 운동에 대한 생각이 더 요상했던 때였으니까.
첫 생리부터 지금까지, 한 달마다 꼬박꼬박 한다던 생리는 내게 해당되지 않았다. 나에게 ‘주기’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두 달에 한 번, 세 달에 한 번, 다섯 달에 한 번… 늘어났다가 줄어들었다가, 언제 할지 도저히 예상할 수 없던 학창 시절이었다.
불규칙한 주기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당시 인터넷에서는 청소년기라 그럴 수 있다는 말뿐이었다. 나 또한 그런 경우라 생각했다. 어찌 되었든 생리가 멈춘 것은 아니었으니까. 반년에 한 번이라도 생리를 하기는 했으니까.
그러나 고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에 띄엄띄엄 세 번의 생리를 하던 내 몸은, 그 후 더 이상 제 힘으로 피를 내비치지 않았다. 마지막 생리는 수능을 1년 앞둔 시점이었다. 두 달이면 하겠지, 세 달이면 하겠지, 생각하던 생리는 고3 수험생 생활을 하는 내내 오지 않았다. 솔직히 손이 많이 가고 신경 쓰이는 생리, 고3 때는 오히려 무월경인 상태가 편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수능이 끝나고 3개월 간 잘 먹고 잘 자고 잘 움직이는데도 내 몸이 너무 조용했다. 조심스레 이런 몸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친구들은 '얼른 병원에 가보라고'하며 걱정을 해주었다. 엄청난 심각성을 느끼지는 않은 채 본가에 있는 산부인과 병원에 갔고, 호르몬 검사를 받았다. 의사 왈 폐경기에 가까운 여성호르몬 수치란다. '운동 자주 하세요', '삼시세끼 잘 챙겨 먹으세요'하는 조언과 함께 야즈를 3개월 치씩 두 번 처방받았다.
다행히도 약을 먹으면 곧잘 28일마다 생리를 하였다. 그러나 (훗날 글로 쓰겠지만) 약은 생리 이외에 도움이 전혀 되지 않았다. 감정적인 변화가 일상생활을 방해했다. 그래서 6개월 분을 먹은 뒤에는 임의로 복용을 중단했다.
생리는 곧바로 자취를 감추었다. 마지막 생리가 끝난 지 90일이 되던 날,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혼자 학교 근처의 산부인과에 갔다. 호르몬 검사와 초음파를 받고서 야즈와 유사한 다른 피임약을 1개월 치 처방받고, 증량이 필요할 거라는 조언을 들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났다. 피임약에 의한 생리 한 번을 끝으로 생리는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161cm에 45kg과 49kg 사이를 오가면서 증량을 시도하고 있지만 나의 몸은 여전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무엇을 고쳐야 내 몸이 생리를 할 준비라도 하려나. 이 막막함에 나는 지난 과거를 더욱 샅샅이 들여다 기록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