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월경 30개월 차
2022년 11월, 소위 ‘자연 생리’가 끝났다. 당시 만 17세, 그저 청소년기의 흔한 생리불순인 줄만 알았다.
서른 달이 지났다.
산부인과에 가고, 호르몬 약을 먹고, 극복 후기를 찾고, 증량을 시도했다. 그러나 병원은 일시적인 도움만 주었고, 백날 천날 극복기만 읽는다고 해서 생리가 돌아오는 건 아니었다. 나의 몸은 아직 자연 생리를 하지 않는다.
무월경 극복 브이로그나 의사들의 영상, 극복 후기들은 대체로 하는 말이 비슷했다. 강박을 내려놓으세요, 생리를 하던 때의 체중보다 더 증량을 해야 해요, 운동을 거의 하지 마세요, 식사에 제약을 두지 마세요 등등···.
그러나 극복할 방법을 알아도, 지독한 내 마음가짐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해? 저렇게까지 먹고, 저렇게까지 움직이지 않아야만 해? 그냥··· 이대로 살면 안 돼?
마음이 바뀌지 않으니 몸과 식습관과 움직임 역시 그대로였다. 그리고 나는, 그런 나를 외면했다.
그러던 중 2025년 5월, 좋아하는 작가의 책으로부터 한 문장을 읽었다.
“외면하는 능력은 자동으로 길러지는 반면, 직면하는 능력은 애를 써서 훈련해야 얻어지기도 한다.”
(이슬아, 부지런한 사랑, 143쪽)
가슴이 콕 찔렸다. 외면에 외면에 외면을 거듭하는 몇 달을 보냈다. 외면하는 능력만 줄곧 길러왔다. 이대로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직면하는 능력을 얻어야 했다.
무월경 15개월을 꼬박 채우고서야 병원에 갔다.
무월경 20개월을 꼬박 채우고서야 비슷한 이유로 무월경이었던 여성들의 기록을 찾았다.
무월경 30개월을 꼬박 채우고서야 ( ).
나는 이 빈칸에 '나를 마주하기 시작했다'를 채워 넣기로 했다. 한 주에 하나씩, 내가 외면해 온 나의 몸, 식습관, 움직임, 그리고 마음을 글자에 박아두기로 마음먹었다.
그 첫걸음은, 나의 무월경 연대기를 쓰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