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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조합과 투쟁(3)

# 대답 없는 메아리

by 푸른 하늘

7) 조합장과의 협상은 매주 2~3회씩 진행했지만, 진전은 없었다.


조합장은 서로 다 이해하면서 말꼬리를 잡아 공격하거나 비방해 감정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누구나 실수나 오해를 할 수 있기에, 인간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협약서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 써준 것이지만 반드시 이행하겠다"라고 여러 차례 약속했었다.라고 말씀 하실 뿐 협상은 같은 말의 반복에 그쳤다.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후에 이야기하자"며 모든 요청을 일방적으로 거부했다. 상가협의회가 제안한 사항은 단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합장이 자주 했던 말은 "조합 설립에 동의하셨잖아요. 위임하셨잖아요"였다. 조합장은 상가협의회가 구성되지 않아, 조합이 상가 조합원들에게 연락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단지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서를 받기 위한 수고였을 뿐, 정작 상가 조합원의 재산 보호에는 관심조차 두지 없었다.


추진위 시절 작성된 협약서는 상가 조합원들에게 매우 불리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상가 조합원들이 제대로 내용을 확인하지 못한 탓인지, 유리한 조항이라곤 "독립정산제와 산정률" 정도뿐이었다. 급하게 준비된 협약서가 조합 측에 유리하게 작성된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상가 조합원들은 협약서라는 명분에 이끌려 동의서에 사인했고, 협약서를 받아 들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조합장이 협약서를 다양한 내용으로 작성했다는 점이다.


양심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까다로운 상가 조합원들에게는 독립정산제와 산정률 0.4를 명시한 협약서를 작성해 주면서도, 무관심한 조합원들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휴지조각 같은' 협약서를 써주었다. 그리고 그 협약서에 추진위 직인을 찍어 자신들의 안위를 보장받았다.


그런데도 이 "휴지조각 같은" 협약서조차 조합 정관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못한 채 "일몰제"기간에 접어들었지만, 상가 조합원이 의견을 낼 기회는 관리처분 단계로 미뤄져 있었다.



8) 그러나 날개가 잘린 새처럼, 상가 조합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조합장 입장에서 박총무는 큰 골칫거리였을 것이다. 매일 구청과 조합에 공문을 보내고, 카톡으로 감정을 호소하며, 때로는 스벅 커피를 들고 조합 사무실을 찾아와 10가지 안건을 끊임없이 설명하고 설득하고, 때로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던 박총무는 조합장이 피하고 싶었을 존재였을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조합장은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어떻게 그 넓은 상가 부지를 지하상가로 만들어버리고 아무런 설명도 없이 침묵할 수 있었을까?


변하지 않는 조합장을 보며,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기로 결심했다.


1. 구청과 접촉으로 구청이 우리 편은 아니었지만, 작은 목소리도 무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조합에 보내는 공문을 매번 구청에 함께 발송했다. 수시로 구청 담당자를 찾아가 우리의 입장을 꾸준히 전달했다.


2. 조합에 자료 요청하며, 명탐정 건축사님이 작성한 "토지 및 아파트 공급 면적 집계표"와 "아파트 공급 호 수 집계표"를 조합도 검토해 우리가 작성한 정보가 맞는지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3. 협약서 재작성 요구를 통해, 조합에 사업시행인가 전 새로운 협약서를 작성할 것을 강력히 독촉했다.


4. 산정률 문제 상가 조합원들은 산정률을 0.1로 요구했지만, 조합장은 이를 단호히 거절했다. 나 역시 아파트 비례율을 적용하면 0.4에 도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산정률을 낮춰달라고 할 수 없었다. 만약 내가 그렇게 요구했다면, "총무가 자신의 비례율을 맞추려고 저렇게 열심히 활동한다"는 말도 안 되는 소문이 퍼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나는 결국 자존심을 지키기로 했다.


5. 정관 수정 문제 2019년 조합 설립 당시, 정관 제46조 10항 "가"목에 있던 "공급받지 아니하는 경우"라는 문장이 "건설하지 않는 경우"로 조용히 바뀌어 있었다. 이는 상가 조합원의 동의 없이 수정된 사항으로,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요구했다.


6. 지하상가 문제 조합은 상가를 지하상가로 설계하면서, 건물 전면부에서 보면 마치 1층 연도상가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나는 이렇게 요구했다. "상가를 지하로 배치하고 싶다면, 아파트도 마찬가지로 지하에 배치하라. 전면에서 보면 아파트도 1층으로 보이니까. 만약 아파트를 지하로 배치할 수 없다면, 차라리 상가를 제척하고 아파트 부지만 재건축하라." 우리 단지는 단차가 있어 상가를 연도상가로 설계할 경우 등기상 지하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1층처럼 보인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조합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7. 상가의 독립성 주장 상가를 제척 하더라도 우리는 360평의 땅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주상복합 건축이 가능하며, 필요시 요양병원 부지로 매각하거나, 송파의 명문고가 인접해 있다는 이점을 활용해 제2의 대치동 학원가를 조성하는 등 다양한 활용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8. 재건축 과정에서 상가 무시 문제 최고의 입지에 자리한 상가가 재건축 과정에서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다. 조합은 상가 조합원이 아파트를 받으면 아파트 조합원이 손해를 본다는 식의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억지 논리를 결코 인정할 수 없다. 상가협의회는 상가 부지로 지을 수 있는 아파트 호 수 집계표로 조합에 증명했다.


9. 협약서 독소조항 문제 추진위 시절 작성된 협약서에는 상가 미동의자와 현금청산자가 아파트 소유로 넘어가도록 작성된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도대체 어떤 의도로 작성된 것인가? 그렇다면, 반대로 아파트 미동의자와 현금청산자는 상가로 돌아오는 것인가? 이 독소조항은 상가조합원에게 불리함을 넘어서, 조합 정관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조합장은 이 모든 혼란의 의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9. 상가조합원의 단결 상가조합원들은 사업시행인가를 반드시 저지할 것이다. 만약 "일몰제" 기간 동안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못한다면, 조합설립부터 다시 시작하는 원점으로 돌아가도 좋다. 우리의 땅과 권리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단결할 것이다.


남의 재산을 함부로 재단한 죄에 대한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할 것이다!


10. 조합장의 불공정 협약서 문제 각기 다른 내용을 가진 의미 없는 협약서를 작성한 조합장은 사기죄로 고발것이다. 34명의 상가조합원이 돌아가며 조합장을 고소할 것이다. 그 결과, 조합장은 남은 생을 감옥에서 보내게 될 것이다.


나는 조합장과의 만나 협상 할 때마다 이 10가지 내용을 매번 반복적으로 이야기했다.



하루는 설명하고, 하루는 협박하고, 또 하루는 설득하며,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조합 설립 동의서를 이미 제출한 상가조합원으로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에,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9) 조합장은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해왔다


총무님께,

작년 8월 처음 뵈었을 때, 솔직히 첫인상이 순수하고 좋은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후 사무실에서 언성을 높였던 기억이 있는데, 사실 그렇게까지 할 일은 아니었는데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스트레스 속에서 항상 찡그리고 살다 보니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솔직히 저는 재건축에 대한 개인적인 욕심은 전혀 없습니다. 조합장 직책도 내일 당장 그만둘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습니다. 이 일은 제가 살아온 지역 주민들을 위한 생애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하고 떠맡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상가 조합원을 포함한 모든 조합원들이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한번 만나서 상의했으면 합니다. 조합 사무실이 아니어도 좋고, 남편 되시는 분과 함께 나오셔도 괜찮습니다.


허심탄회하게, 모든 조합원의 권익과 조합의 단합을 위해 상가 조합원님께서 원하시는 내용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확실히 보장할 수 있도록 논의하고 싶습니다. 상가 조합원들이 '말로만 해서는 믿을 수 없다'라고 말씀하시는 것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 요구는 상가 조합원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가급적 상가 조합원들이 원하는 바가 합리적인 방법으로 빠르게 실현되고 보장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는 것이 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상가 조합원들을 다르게 생각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정당한 권익을 해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지켜나가겠습니다.


조합장을 치밀하게 압박할 수 있었던 것은 명탐정 같은 건축사님이 제공한 정확한 자료와 끈질긴 노력 덕분이었다. 그 결과 협상이 시작된 지 두 달 만에 조합장으로부터 협약서 작성을 제안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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