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욕 상실
몇 달 동안 지겹게 조합장을 찾아다녔더니, 어느 순간 상가에 이상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내가 미웠는지, 누군가 의도적으로 소문을 퍼뜨리는 것 같았다. 소문에 따르면, 아파트 동대표와 조합장을 돕는 몇몇 조합원들이 상가를 찾아와 "투기꾼과 복부인이 최근 상가를 사들이며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 또, "독립정산제는 상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하며, 총무가 독립정산제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와 더불어, 조합장이 협상 과정에서 상가 산정률을 0.1로 낮추려 했지만, 총무가 0.4가 되니까 반대해 이를 막고 있다는 식의 내용까지 소문에 덧붙였다. 말도 안 되는 소문이 퍼지는 걸 보며 답답함과 억울함이 밀려왔다.
상가 조합원이 이상한 소문을 믿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늦은 저녁 상가 전체 톡방에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왔다.
“소문에 의하면 박 총무가 0.4가 되니까 조합장은 산정률을 0.1로 내리려 한다는데, 총무가 반대한다는 소문이 맞는지요?”
이 글을 보고 기가 막혔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소문이 퍼질 수 있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즉각 조합장을 상가 톡방에 초대해 이 문제에 대해 직접 답변하도록 요청했고, 이후 바로 톡방을 나가버렸다. 상가를 위해 헌신하며 미친 듯이 일하는 나를 의심하는 조합원들의 태도에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매일같이 조합장과 치열하게 싸우며 상가를 위해 앞장서는 나를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더는 상가 일을 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조합장과의 싸움으로 에너지를 소진하며 상가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지만, 도움은커녕 터무니없는 소문으로 나를 흔드는 일부 상가 조합원의 태도는 모든 의욕을 잃게 만들었다.
조합장은 무책임하게 형식적인 협약서를 작성하고, 이를 정관에 조차 반영하지 않았다. 상가 부지 약 360평의 땅은 전부 지하상가로 전환되었고 상가 조합원은 "상가를 받는 것이 원칙이라" 주장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한편, 상가 미동의자와 현금청산자는 아파트로 수용되고, 상가 용적률 300%도 아파트에 유리하게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지하상가 면적을 제외한 나머지 면적으로 아파트로 배정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비례율 또한 아파트 기준으로 산정되었다. 더욱이 아파트는 재건축 후 미래가치까지 포함된 금액으로 감정평가를 받은 반면, 상가는 상업적 가치가 낮다는 이유로 감정평가액을 아파트의 60%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었다.
상가조합원 누군가 나에게 조합장의 메시지를 보내주었지만, 이미 마음을 정리한 뒤였다.
『 조합장입니다.
상가조합원 카톡방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요즘 상가와 관련된 여러 논란이 떠돌고 있는데, 정확한 내용을 정리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부디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흔들리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현재 우리 상가는 규정상 보장된 내용이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조합 인가 당시 제가 개인적으로 작성한 협약 내용을 이번 총회에서 보장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상가조합원 회의를 개최하여 상가 안건을 수렴한 뒤, 조합 집행부 이사 및 대표들과 두 차례 회의를 통해 내용을 검토 중입니다.
가장 관심이 많은 독립정산제는 확정하기로 결정했으며, 아파트로 갈 수 있는 비율은 0.4로 확정될 예정입니다. 이는 당초 조합 인가 시 제가 개인 협약서를 통해 보장했던 내용이며, 앞으로 규정을 통해 확실히 보장하여 더 이상 걱정을 끼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1월 30일 상가 협약안 결정을 위한 회의 전에 상가와 조합 집행부 간 몇 차례 사전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와 대의원회의 각종 절차를 통과하기 위해 당초 개인 협약서에서 보장한 내용(0.4)은 반드시 지키되, 그 이하로는 낮출 수 없다는 조합 집행부의 의견을 분명히 전달한 바 있습니다.
00 재건축은 모든 조합원이 공정하게 규정에 따라 처리될 것입니다. 특히 상가는 독립정산제에 따라 선정된 업체의 산정 규정에 따라 정확히 진행될 예정입니다.
규정과 공정성만이 모든 조합원이 신뢰하고 단합하여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여기에 개인적인 꼼수나 모략은 있을 수 없습니다. 』
조합장님의 카톡 잘 받았습니다. 내용을 읽어보니, 조합장님은 이 일과 무관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동대표가 조합장을 사칭하여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상가를 분열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이런 일은 말로만 끝나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법적 조치를 취해 일벌백계하여 다시는 00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