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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변심쟁이 조합장(2)

# 왜 그들은 상가 땅을 빼앗지 못해 안달이 난 걸까?

by 푸른 하늘 Jan 0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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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폭풍 전야의 불길한 예상은 왜 틀리지 않는 걸까?

     

1차 2차 협의가 순조롭게 끝났다고 기뻐한 것도 단 하루였다.  

    

2차 협의에서 이미 우리 안건이 가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조합 정비업체 상무님이 급하게 연락해 와 조합장으로부터 ″비용 관련 재논의″제안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했다, 조합장은 3차 회의를 열 것을 지시했으며 그 이유로 ″상가 미동의자와 현금청산자 문제″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자 어이가 없고 황당했다. ″대체 이런 조합장이 다 있나?″하는 생각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자 정비업체 상무님도 난처한 듯 ″저도 난감합니다. 총무님 저 좀 살려주세요″ 중간에서 제 입장이 정말 말이 아닙니다.... 라며 호소했다. 

     

당연히 ″상가 소속의 미동의자와 현금청산자는 독립정산제″ 아래에서는 상가 측에서 처리하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왜 조합장이 나서서 협상을 다시 하라 지시하는 것일까?″ 그럴 거면 협상 자리에 처음부터 함께 참석해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함께 결정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조합장의 태도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조합설립 동의를 받았다고 이런 식으로 대응해도 되는지, 면전에서 직접 묻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리고

조합장님은 협상과 관련된 이미 모든 권한을 이미 이사님들께 위임했으니 자신은 관여할 권한이 없다고 했었다. 그런데 이미 가결된 내용을 원점으로 되돌려 다시 협상회의를 열라고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협약서를 들이밀며 동의서를 받아갈 때는 언제고, 조합설립 후 상가를 제척 하지 않고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며 상가조합원들의 재산을 지켜주겠다고 메시지를 보낸 것은 어디로 갔는가? 정작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때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상가조합원들의 영향력이 거의 사라질 때까지 버티자"는 식으로만 행동해 온 조합장이, 이제 와서 상가 미동의자와 현금청산자 문제까지 조합에서 챙기겠다니, 대체 무슨 권리로 그렇게 나오는 것인지??

    





조합장이 상가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직접 묻겠다는 다짐을 품고, 나는 결국 3차 회의에 참석했다.


     

역시나 3차 회의 때도 조합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상가 미동의자와 현금청산자는 상가 측 주장이 맞다"라고 지지했던 이사님이 빠지고, A이사님과 새로운 감사님이 3차 회의에 참석했다는 점이다.     

     

1차 2차 회의 때 나는 목소리를 높이며 상가 협약서가 나온 배경부터 협약서의 문제점 그리고 독립정산제의 정의까지 설명하고 설득해 가며 애썼다. 그런데 새로운 감사님이 참석하면서 또다시 다시 협의를 시작하자고 하니, 그동안의 노력이 허사가 되는 것 같아 기운이 빠졌다.  

   

작은 동네 이장님도 본인이 약속한 것은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 하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몇 조 단위의 재건축 프로젝트를 책임지는 조합장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참다못해 새로운 감사님께 ″공부는 하고 오셨나요?″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그리고 왜 내가 이렇게 짜증이 나는지 두 분께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서론도 없이 조합 정비업체 상무님과 A이사님은 마치 어떤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사람들처럼 공격적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상가 소유 미동의자와 현금 청산자는 아파트에 귀속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예상했던 대로 A이사님은 자신의 억지 논리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면서도 큰 소리로 주장만 할 뿐이었다. 합리적인 대안은 대놓지 못한 채 협상은 답답하게 계속되었다. 




    


독립정산제 적용하면 수익과 사업비용을 상가와 아파트 각각 독립적으로 정산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왜 조합이 무슨 자격으로 상가땅을 빼앗아 가려하느냐고 주장하자  


A이사님은 본인의 화를 참지 못하고 ″버럭 큰 소리를 지르며 책상을 두 번이나 세게 내리치고 벌떡 일어나더니 나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뒤늦게 상가를 사서 들어와 왜 물을 흐려 놓느냐″ 라며 ″총무만 안 들어왔어도 이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늦게 들어온 주제에 가만히 있지 않고 설치고 다닌다는 식으로 비아냥거리자,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 순간


더욱 나를 화나게 한 것은, 함께 협상에 참여한 상가회장, 명탐정 건축사, 그리고 부동산 사장님 세 분이 마치 꿀 먹은 벙어리처럼, 얼음덩이처럼 굳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이 상황에서조차 한마디 하지 않는 그들의 태도에 화가 치밀어 오른 나는 ″책상을 크게 세 번 치고 내 앞에 놓여 있던 책을 밀어 버렸다.


     

그리고 A이사님을 향해 말했다!!


″왜 책상을 치고 소리를 지르십니까? 제가 상가를 일찍 사든 늦게 사든 이사님께 무슨 상관입니까? 이 상가는 내가 내 돈 주고 산 내 재산입니다. 내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 높이는 게 뭐가 잘못됐습니까?     


내가 그렇게 미친 듯이 소리치며 따지자, A 이사님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채 말끝을 흐리며 횡설수설하기만 했다.




 


그러다 

   

A이사님은 내가 책상을 치고 소리 지르며 따지자 당황스러웠는지, 갑자기 태세를 바꿔 ″내가 언제 책상을 쳤냐?″ 오히려 나를 향해 ″왜 책상을 치냐″고 반격해 왔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이에 나는 크게 소리치며 ″조합장 나오라 해! 남의 땅 뺏어가려는 짓을 하려면 끝까지 해봅시다! 라며 이판사판 결판을 내겠다는 심정으로 큰소리로 외쳤다. 

 

   

나는 이어서 


″누가 먼저 책상치고 소리 질렀는지 녹취록 들어봅시다″고 외쳤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함께 있던 상가 대표 세 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여전히 가만히 있었다. 그중 명탐정 건축사님은 내 손을 잡아당기며 그만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나는 그때 남자 두 분이 나 대신 앞장서서 싸워줄 줄 알았는데 그들이 침묵을 지키는 것을 보고 오히려 조합장이 왜 상가 땅을 넘보았는지 이유를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3차 협상 회의는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채 마무리되었다. 





    

조합 사무실을 나오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상가조합원들은 모두 뒤에서 팔짱을 끼고 기다리고만 있었던 걸까? 아니면 방관하며 조합의 결정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했던 걸까? 혹은 현금청산자로 남아 조용히 돈만 받고 떠날 계획이었던 걸까? 그들의 진짜 속내가 궁금했다.


하지만 오늘 나는 모욕을 견디며 끝까지 싸워야 했던 나 자신이 참으로 안쓰럽게 느껴졌다.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무식하게 소리를 지르고 싸워본 것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기분은 마치 깊은 진흙탕에 빠져 헤어 나올 수 없는 것처럼 찝찝하고 무거웠다.





     

나는 오늘 있었던 일을 남편에게 털어놓았다. 남편은 곧바로 조합장님과 통화를 했다. 


조합장은 나이 문제를 들먹이며, 총무도 만만치 않았다고 말하며, 그래서 A이사에게 사과하라는 말은 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고 한다. 나는 그들의 태도가 용서가 되지 않았다. 억지스러운 주장을 끝까지 밀어붙이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책상을 치고 소리치며 제압하려 했던 A이사, 상식이란 단어조차 낯선 듯한 A이사의 모습이 떠오를수록 분노가 치밀었다. 흥분으로 마음을 다잡기 힘들어하던 나를 보고, 남편은 다시 조합장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이 타령에 앞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게 조합장님의 역할입니다. 서로 잘못이 있으면 사과하고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지 못한 조합장님께 실망했습니다.″    

 

문자를 보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조합장으로부터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A이사를 바꿔드릴 테니 통화해 보십시오. A이사는 남편에게 "제가 협의 중 흥분해서 박 총무에게 격하게 해서 미안합니다."라고 박총무에게 전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엎드려 절 받기는 했지만, 일단은 나도 A이사에게 공식 사과 메시지를 보내고 조합장에게도 메시지를 보냈다.   




2. 총무 박하늘입니다.


꼭 3번의 회의 녹취록 들어보시고 말씀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제가 혼자 집에서 녹취 자료를 확인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어제 남편에게 보내신 문자를 읽어보니 다시는 조합장님과 문자 주고받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이것만은 꼭 알고 계셔야 한다고 생각해 이렇게 톡을 보냅니다.  

        

지금 조합장님께서는 ″박총무만 우리 조합에 오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이 드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 역시 같은 마음입니다.   

  

제가 왜 이곳에 와서 이런 고생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되묻게 됩니다. 


이곳은 체면도 없고, 억지와 말도 안 되는 떼쓰기만 가득한 곳입니다. 재건축 사업이 공사판도 아니고 어떻게 이런 상황이 가능합니까? 

    

모두 배울 만큼 배우신 분들의 모인 자리라면 최소한의 예의와 규칙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많으면 경로우대를 해야 하나요?


사회에서 회사에서 나이로 우대를 받는 세상은 이미 지나갔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을 가보십시오. 지하철에 경로석 자리가 있던가요? 없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배려는 있지만 나이에 관계없이 모두가 서서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  

    

협상 테이블에 오실 때는 반박하실 내용이 있으시다면 정확한 정보 자료를 가지고 와서 항의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소리를 지르고 책상을 치는 것이 협상 매너라고 생각하십니까? 이건 나이와는 상관없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조합장님은 협상을 이사님들께 위임하셨다고 하셨는데 2차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마무리한 협상을 뒤집으려 하신다면 조합장님 본인도 과부하가 걸리지 않으실까요?   

  

규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분란만 커질 뿐입니다. 


3차 회의에 처음 참석하신 감사님을 뵈었을 때 제 가슴이 답답했던 이유를 조합장님께서도 한번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왜일까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날 협상 자리에서 저는 감사님께 "협상은 공부가 필요합니다."라고 말씀드렸지, A이사님께는 그런 말씀을 드린 적이 없습니다. 사실 A 이사님과는 그날이 네 번째 만남이었고, 저는 주로 부대시설의 공급과 건설 부분을 설명드리는 데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A이사님은 협약서에 없는 내용을 자꾸 얘기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조합장이 개인적으로 작성한 협약서를 근거로 삼아 "이걸로 뭘 따지냐"는 식의 태도를 보이셨습니다.    

 

그 후 정비업체 상무님이 준비한 박카스병 4병 가지고 예로 들며 설명을 하셨습니다. A이사님은 "2병은 아파트, 2병은 상가"라며 시작하시더니, 상가 미동의자가 아파트로 합류하는 것이 독립정산제라고 주장하셨습니다. 


또 "상가 미동의자, 현금청산자가 아파트로 합류하니 4병 다 아파트에 속하는 것이다"라고 하면서 ″이게 독립정산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주장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억지로 끼워 맞춘 주장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조합장님께서는 정말로 A이사님의 이런 주장이 맞다고 생각하십니까?


상가 소유자인 조합원이 미동의자라고 해서 갑자기 그 땅의 등기가 아파트 필지로 옮겨지나요?     

등기가 실제로 아파트로 옮겨졌다면야 그런 논리가 맞을 수도 있겠지요.   

 

상가 땅을 아파트로 가져가려는 의도로 상가 조합원들에게 "0.4가 되면 아파트를 준다"라고 동의서를 받으신 건가요? 말로는 "독립정산제"를 외치셨지만, 실제로는 이 제도가 실행되지 않기를 바라셨던 건 아닌지요?

     

그 이유를 누구보다 조합장님께서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일전 정비업체대표님과 제 남편이 참석한 회의에서, 비례율 계산 자료를 저에게 보여주시며 상가 조합원 모두 아파트 비례율에 적용해 "0.4가 된다, 안 된다"는 논의를 하셨습니다. 당시 저는 비례율 적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조차 잘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조합장님 덕분에 저는 정말 많은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변호사님과 정비업체 관계자분들과 상담해 본 결과, 독립정산제를 적용할 경우 비례율은 아파트와 상가, 각각 별도로 산정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상가협의회 두 번째 회의를 마치고 조합 사무실에 찾아가 "0.4와 독립정산제를 정관에 명시해 달라"라고 요청드렸을 때, 조합장님께서는 단호히 "절대 안 된다"라고 말씀도 하셨습니다.

  

독립정산제를 하면 손해 본다고 말씀도 하셨는데, 그렇다면 손해 본다는 "상가 미동의자와 현금청산자를 왜 아파트로 귀속시키려고 하십니까?" 아파트 주민들이 손해 보는 게 더 나으신가요?     


그냥 상가 땅을 가져가 아파트에 주려는 시도는 그만두시고, 창립총회 때처럼 상가를 제척하고 아파트만 재건축하시길 권합니다.

     

지금 조합장님께서 하시는 모습을 보면, 아파트 조합장으로서만 일하시는 것 같고 상가 조합장의 역할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 듯합니다. 

    

상가조합원을 배려한다는 말씀이, 결국 상가 미동의자와 현금청산자를 아파트에 귀속시키겠다는 뜻인가요?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해 보십시오.


저는 작년 8월에 조합장님을 처음 뵌 이후, 헛소리, 헛소문, 헛된 행동을 한 적이 없습니다.


합리적인 주장, 타당성과 위치에 맞는 의견만 전달해 왔습니다.


옳은 소리, 맞는 소리, 사리에 맞는 쓴소리만 지금까지 외쳤습니다.


박 총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시길 바랍니다.


  


3. 치열한 논쟁 끝에 3차 회의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생전에 미리 연락을 주신 적 없던  상전 국장님께서 웬일로 회의 전에 문자를 보내오셨다. 


총무님 꽃샘추위에 건강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며칠 전에 카톡 주셨네요.

3.16일 미팅은 상가대표, 조합대표, 정비업체 대표분들께서 협약서 관련하여 모이시는 자리이십니다. 협약서 내용은 물론 이런저런 그간 못하신 말씀들을 하시는 자리인데 대화 녹취는 좋은 자리를 자칫 움츠러드는 분위기로 만들까 좁은 소견으로 걱정도 해봅니다. 원활한 재건축 진행을 위해서 녹취는 진행하지 말아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조합에서도 녹취는 하지 않고 자료만 정리할 겁니다.


서로서로 좋은 결말을 기대하면서 내일 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변심쟁이 조합장 

"그래 직접 만나서 어떤 변명을 하시는지 들어보자" 생각하며 약속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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