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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상가 총회 이야기

# 상가 협약서 100일의 기적

by 푸른 하늘

1. 100일의 기적


2023년 12월, 조합 사무실에서 상가조합원들과 처음으로 간담회를 가진 후 약 100일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늦게나마 상가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조합원들에게 나는 상가의 현재 상황, 독립정산제의 의미, 산정률과 비례율 등 꼭 알아야 할 내용을 정리해 여러 차례 교육을 진행했다.


상가에 대해 아파트 조합원이 문의하거나 항의할 때, 스스로 대답할 수 있는 지식을 갖추도록 돕고자 했다. 준코 회장에게 협조를 요청해 상가조합원들이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고, 명탐정 건축사님이 정리해 주신 자료를 기반으로 조합장과 협상에 임하며, 조합원들에게 복잡한 내용을 이해시키는 데 최선을 다했다.


갑작스러운 책임, 무거운 짐


총무라는 직위는 우연히 맡게 된 것이었지만, 내 역량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명탐정 건축사님과 준코 회장의 도움, 그리고 상가조합원들의 참여가 있었기에 우리는 100일의 기적 같은 상가협약서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조합장과의 갈등은 극심했고, 서로를 원수처럼 여기며 날카로운 말들이 오갔다. 나는 밤낮없이 상가 문제에 매달렸고, 머릿속은 온통 해결책을 찾으려는 고민으로 가득했다.

명탐정 건축사님이 일산에 거주하셔서 자주 얼굴을 뵐 수 없었지만, 우리는 매일 4시간 넘게 전화로 대책을 논의하며 문제 해결에 매진했다. 재건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시작했지만, 배움의 중요성을 실감하며 완벽한 결과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상가 총회 날, 느껴진 온도 차


상가 총회 날, 나는 100일 동안의 과정을 모두 설명할 수 없었다. 결국, "정말 힘들게 작성한 협약서입니다"라는 짧은 말로 발표를 마쳤지만, 조합원들은 이 협약서에 담긴 노력과 무게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일부 조합원들은 "왜 산정률을 0.1이 아닌 0.4로 했느냐"며 항의했다.


조합장은 처음부터 산정률을 0.1로 낮출 의사가 전혀 없었기에, 우리는 "상가조합원의 분양 신청 결과에 따라 산정률을 조정한다"는 단서 조항을 협약서에 포함시켜 합의를 도출했다.


그러나 이상한 점은, 추진위 시절부터 협약서에 산정률 0.4가 명시되어 있었음에도 일부 조합원들이 상가 땅을 모으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오로지 산정률 0.1만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타 지역의 사례를 들며 ″다른 조합은 해주는데 왜 우리는 안 되냐″고 주장하기 전에, 최소한 자신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또 다른 조합원은 상가 총회 당일 조합장에게 "독립정산제는 하지 말고 감정평가액만 올려달라"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진정 원하는 방향이 있었다면, 스스로 나서서 협약서를 통과시키고 산정률을 조정하며 독립정산제의 중요성을 주도적으로 제시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립정산제의 의미와 상가 조합원의 권리


독립정산제에 대해 회의적인 조합원들도 있었지만, 나는 명탐정의 이론을 바탕으로 상가조합원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독립정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정평가액을 10% 인상한다고 해도, 이를 아파트 비례율에 적용하면 상가조합원이 상가 땅으로 지어진 아파트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컸다. 독립정산제만이 상가조합원들이 아파트와 동일한 가치를 보장받고, 정당한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나는 상가조합원들이 반드시 아파트나 상가를 분양받을 수 있도록 독립정산제의 중요성을 알렸다.


비난과 감사 사이에서


비난과 감사가 엇갈린 상가총회 날, 나는 점점 더 상가조합원들을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고자 하는 마음이 희미해져 갔다. 간식비마저 내 사비로 충당하며 힘겹게 이루어 낸 협상이었다. 그러나 나의 노력과 진심은 보이지 않고, 개인적인 욕심과 이해관계에만 몰두하는 일부 조합원들의 모습을 마주하며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나왔다.


"이러니 누가 나서서 조합장과 협상에 뛰어들려 하겠는가."


100일 동안의 시간은 나에게 고통스럽고 잔인한 여정이었지만, 상가조합원들에게는 그저 쉽게 치부할 수 있는 ‘100일의 기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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