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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끼다 똥 되는 마음들

아끼지 마. 무엇이든.

by 캐나다 부자엄마

블랙베리 한팩을 샀다. 조그만 게 얼마나 비싼지 아껴먹으려 냉장고 한쪽에 밀어놨다. 이주쯤 지나 냉장고에서 김치통을 꺼내려고 했을때, 기억에서 잊힌 플라스틱통에 담긴 블루베리가 보였다. 파란 블루베리에 하얀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나는 개중에 또 괜찮아 보이는 블루베리 한알을 집어 입에 넣었다. 웩. 곰팡이 맛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아끼지 말걸. 아끼다 진짜 똥 됐잖아.


살면서 소중한 것, 좋은 것들은 늘 아껴두는 편이었다. 행복 같은 거 사랑 같은 거. 나는 그것들을 너무 아끼고 아껴서 곰팡이가 하얗게 필 때쯤 후회했다. 관계에도 곰팡이 같은 것이 슬어서 행복해. 사랑해. 고마워. 이렇게 말해줘야 했는데. 나는 그 말들을 아끼고 아끼다 곰팡이가 다 피워버려 또 버려버렸다.


마음.

인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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