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부 36개월도 돼요?
모든 사람들에게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
각자 태어난 자기 나라를 떠나 캐나다에 모인 사람들. 나도 그중에 한 명이었다. '너는 캐나다에 왜 오게 된 거야?' 누가 묻는다면 나는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내가 캐나다에 오게 된 건. 그러니까 말이야. 잘 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한국에서는 눈치보기 바빴으니까. 나는 한국에서 피노키오 쌍판대기를 날리고도 남을 거짓말쟁이었다. 내가 얼마나 거짓말을 잘했다면 아무도 내가 영구임대주택에 사는지 몰랐거든.
한국에 살 때 세 달 동안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아직도 있나 모르겠는데 삼성 백화점. 삼성 플라자였다. 분당에 있는. 거기서 세 달 동안 알바를 했다. 백화점 알바가 끝나면 캔모아라는 생과일 집에서 과일도 깠어. 내가 세 달 동안 아르바이트비로 320만 원 정도를 모았거든. 근데 나 그 돈으로 뭐 했게?
맞춰봐. 내가 그 돈으로 뭐 했는지.
나. 구찌가방 샀다. 큰 거는 못 사고 작은 거. 핸드폰이랑 뚱뚱한 반지갑 하나 넣으면 꽉 차는 사이즈. 미친 거지. 누구 말대로 대가리에 똥만 가득 찼을 때. 내 나이 21살인가. 22살 때. 내가 아르바이트한 돈으로 구찌 가방을 샀어. 그 돈으로 그때 애플주식을 샀더라면..... 아. 말을 말자.
구찌 가방을 들고 가슴팍에 말 로고가 박힌 폴로셔츠도 입었어. 꿀리는 건 싫으니까. 내가 그랬다. 그때... 그게 다 거짓말이었지. 삼 개월 동안 뼈를 갈아 알바를 했는데 그때 산 게 구찌 가방이야. 나는 내가 내세울 게 없으니까 구찌가방이니 폴로로 나를 포장한 거야. 한심했지. 그때 싸이월드가 유행이었거든 빌어먹을 싸이월드 때문에 내가 알바를 더 했다니까. 사진에 구찌 가방이 보일 듯 말 듯. 나는 입을 가려도 폴로 로고는 가리지 않게 그렇게 사진을 찍어 올렸어.
나는 그런 궁상맞은 이야기들이 많아. 그때 된장녀니 뭐니 했었는데 그런 이야기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야. 다시는 그렇게 꼴값 떨고 살지 말아야지. 정신을 차려보니 27살이었어. 27살에 모아둔 돈이 100만 원도 안 되는 거야. 100만 원으로 구찌에서는 지갑도 못 사. 카드지갑은 살 수 있는지 몰라도. 내가 그렇게 산 거야. 인생을 싹 갈아엎고 싶었어. 옛날에 시골에 가니까 썩은 고구마 밭을 경운기었나 아무튼 무슨 기계로 싹 갈아엎더라고 내가 그러고 싶었어. 목표가 필요했어. 쓰리라차 소스처럼 강렬한.
그게 캐나다였어.
그리고 쫌 폼나지 않니?
내가 계란 공장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누가 묻더라. 젊은 아가씨가 주말에도 이렇게 일하냐고 내가 말했지. 새침하게.
"아. 저 캐나다 가려고요."
있어 보이지 않아?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나. 그래서 내가 꼴값에 주접을 떤 거야.
그래서 오게 된 거야. 캐나다. 다시 잘 살아보고 싶어서. 정신 똑디 차리고. 부모탓. 환경 탓. 탓타타라탓탓. 하지 말고. 어차피 죽으면 썩어 문드러질 몸뚱이 잘 한번 쓰고 싶어서.
참 그리고 그 구찌가방도 가지고 왔어.
팔려고.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어떤 이야기든. 너만의 이야기든 나만의 이야기. 더럽고 흉찍 하고 부끄러워도 하나도 버릴 게 없다는 말이야. 그것들이 너를 세상에 하나뿐인 너로 그리고 나를 만들어 줄 테니까. 기죽지 말자고.
내가 더한 이야기 해줄까. 옛날 옛날에........ 아주 먼 옛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