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내 말은 학력도 봅니까?
"어떤 삶을 살고 싶어?"
누가 이렇게 묻는 다면 나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알고 있다.
"나는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팔딱거리는 생선 같은 삶을 살고 싶어. 비린내 나고 물냄새나게. 깨끗하게 닦여진 반짝거리는 명품관 선반 같은 삶은 싫어."
지방대를 나왔다. 아니, 그마저도 자퇴를 했다. 누구 말대로 가방끈이 짧고 배운 게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에게 캐나다 생활은 배움의 연속이었다. 배운 게 없어서 배울게 많았다. 그래서 좋았다.
캐나다에는 왕년에 잘 나가던 한국인들이 산다. 서울대학교니 고려대학교니 아니, 한국에 살던 똑똑한 사람들은 모두 캐나다 밴쿠버에 사는 것만 같아 나만 빼고.
나는 서울에 있는 대학은 못 갔다. 그 대신 신변잡기에 능하고 부끄러운 게 없다. 그 말은 청소도 잘하고 접시도 잘 나른다. 한창 돈을 벌 때는 자존심이랑 간과 쓸개까지 빼놓고 살았다. 반지하에 살고 거실에 커튼을 치고 살았어도 낭만 덕분에 나는 좋았다.
가난하면 삶이 소란하다. 늘 일이 생긴다. 팔딱거리고 살았다. 늘. 부산 자갈치 시장 생선처럼.
부끄러웠다.
한동안 비교의 늪에 빠져 질퍽거렸다. 질퍽거린다는 게 '나는 왜 이럴까?' 나를 미워하고 원망했다.
비교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잘하는 것.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기로 했다. 다시 나답게 짱돌 같은 삶을 살기로 했다. 내가 한 선택들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 만약. 다시 삶이 나를 짓누른다면, 다시 돈이 하나도 없어진다면 나는 기꺼이 반지하 삶을 선택할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가면서.
삶은 비교가 아니라는 것. 자신만의 이야기가 특별하듯 내가 살고 있는 삶도 특별하다는 것.
어깨피고 당당하게.
자 여기 지방대 자퇴생이 나가십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