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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마라톤에 참가한 한국 꼬마.

by 캐나다 부자엄마

2025년. 5월 4일. 밴쿠버 BMO 마라톤.


자원봉사를 신청한 날. 우리가 하는 일은 마라토너들에게 물컵을 나눠주고 주변 청소를 하는 일. 발렌티어 참가자 중 제일 어렸던 우리 딸도 팔을 걷어 부치고 그들에게 물 잔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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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사람들이 엄청 힘들어 보여. 힘든데 왜 뛰는 거야?


맞아. 달리는 건 힘들지. 사람들이 목표를 정하는 거야. 목표라는 게 뭐냐면 목표는 하고 싶은 거야. 음 쉽게 말하면 네가 오늘 플레이도로 큰 집 만들고 싶었잖아. 그게 목표인 거야. 내가 이걸 해볼래. 그렇게 맘먹는 거. 저 사람들 목표는 힘들더라도 끝까지 뛰는 거. 그래서 뛰는 거야. 힘들어도. 자기가 한 약속을 지키는 멋진 사람들인 거야.


아, 그렇구나. 그런데 아무도 내 물은 안 마셔. 그래도 괜찮아. 내가 응원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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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저 아저씨는 다리가 아픈가 봐. 휠체어 탔어.


맞아. 그러네. 아저씨 멋있다. 모든 사람들은 다 똑같은 거야. 몸이 불편해도 안 아픈 사람들이랑 같이 뛸 수 있어. 하늘아래 모든 사람은 다 똑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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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저 아저씨는 다리가 이상해. 로봇 같아.


저 아저씨는 다리가 아팠나 봐. 그래서 세상에 하나뿐인 스페셜한 다리를 만들었나 봐. 로봇 다리 덕분에 아저씨도 달릴 수 있네. 아저씨 진짜 멋있다. 아저씨는 분명 포기하지 않고 계속 연습했을 거야. 정말 멋지다.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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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저 아저씨는 꼴찌인가 봐. 제일 끝에서 뛰고 있어.


응, 아저씨가 제일 끝에서 뛰고 있지만 포기 안 하고 계속 달리잖아. 그게 정말 멋있는 거야. 일등하고 빠르다고 제일 멋진 건 아니거든. 천천히 가도 끝까지 하는 것도 멋있는 거야.


일등 안 해도 돼. 엄마는 네가 일등 안 하고 꼴찌해도 돼. 넘어져도 괜찮아. 하다가 힘들면 포기해도 되고 중요한 건 네가 그걸 해봤다는 거야. 해본 거랑 안 해본 거랑 정말 다르거든. 엄마말 무슨 말인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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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조개 주워서 올게. 달리기 하는 사람들한테 선물 주고 싶어서.

그래.


8시 반부터 3시까지. 일요일 아침 다섯 살 딸과 나는 돈주고도 배우지 못할 인생의 어떤 것들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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