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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방대가 캐나다 유치원에 취직한다고?

by 캐나다 부자엄마

소가 뒷걸음치다 쥐를 잡았다.


음메. 그렇다. 내가 쥐를 아니 캐나다 유치원에 취직을 했다. 운이 좋았다. 면접 볼 때 뻐드렁니까지 보이고 웃었다. 한 번만 뽑아 주세요. 잘할게요.


적극적으로 살아야 된다. 캐나다에서 아는 사람 하나 없고 캐나다 경력도 없다. 영어도 못한다. 그러니까 더더욱 난 적극적으로 부담스럽게 다가가야 된다.


솔직히 면접, 그래 영어 인터뷰에서 무얼 물어봤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내 미래처럼 앞이 안보이는 느낌. 그래도 잘할 거라고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슈얼 애니띵. 애브리 띵 아이 캔 두잇 포 유. 아마 이런 내 모습을 봤다면 우리 엄마가 지랄 났다고 했을지도 모른다. 집에서는 성질만 부리고 씩씩거리더니 캐나다에 가서는 웃고 착한척 지랄하고 있다고


그래도 엄마 나 여기서 이루고 싶은 게 많거든. 그래서 한번 적극적으로 살아보려고. 엄마한테 속으로 용서를 빈다.


다행인 건 한국 지방대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했다는 것. 나는 뉴펀들랜드 유치원에서 일할 수 있는 자격증을 받았다는 것. 이야 뭐 똥통 대학이니 지잡대네 누가 악플에 그렇게 써놨는데 야, 거기서 받은 자격증으로 캐나다 자격증 교환도 된다. 너는 뭐 대단한 하버드 대 나왔냐? 왜 남의 대학에 악플이야.


암튼 영어 인터뷰를 보고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냐고 물어보길래 내가 영어 빼고는 다 잘한다고 나 종이접기도 하고 한국말도 가르칠 수 있고 청소도 잘하고 암튼 다 잘한다고 부담스러운 미소를 팍팍 지으며 말했다. 원장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게 보였고 됐다 싶었다.


하루가 지나고 메일이 왔다. 콩그레이츄 레이션. 오 마이갓 웬일이야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 내가 사는 반지하에도 드디어 볕이 비친다.


하나 둘 셋 심호흡을 하고 영어 연습을 한다. 굿모닝 애브리원. 아닌가? 굿모닝 에브리바디? 아 발음이 구리다. 혀를 굴려본다. 애블뤼바뤼. 아 혀가 아프다. 턱도 아프고 화장실에 달린 거울을 보고 다짐을 다짐한다.


기회가 온 거야. 이걸 잘 잡아야 돼. 모든 건 나에게 달린 거야. 잡으면 올라가고 놓으면 떨어진다. 언제까지 반지하에서 물곰팡이랑 같이 살 순 없잖아.


할 수 있어. 캐나다 까지 혼자서 왔잖아. 진짜 이루고 싶고 잘 살고 싶으면 최선을 다해야 해. 나는 가진 게 없으니까 남들보다 배로는 노력해야 돼. 부자 부모님 둬서 판교에 집 샀다는 민기랑 비교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온 힘을 다해 살아야 돼.


이제 시작이다. 드디어 내 인생에도 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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