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해도 괜찮아. 정말 그래.
"어떤 사이즈로 드려요? 스몰? 미디엄? 아니면 제일 큰 거 벤티?" 민자 기계적으로 손님에게 묻는다.
"어.... 이것도 사이즈가 있어요?" 진회색의 양복을 입은 점잖은 중년의 남자가 말을 더듬는다.
"네 당연히 사이즈별로 있죠. 제일 작은 것부터 제일 큰 것까지." 민자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을 계속했다.
'아니 왜 자꾸 물어보는 거야. 스타벅스에서 커피 처음시키나.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뭐야. 이 사람.'
민자 속에서 짜증이 난다.
"저는 그냥 바나나를 하나 사려고 하는 건데." 얼굴이 벌게진 남자 손에 들려있는 바나나를 보여준다.
"오마이.... 갓... "민자 바빠서 손님의 말을 끝까지 듣지 못했다. "죄송해요. 제가 커피를 시키시는 줄 알고 사이즈를 물어봤어요. 죄송합니다." 민자 연신 고개를 꾸벅거리며 쏘리를 말한다. '바나나에 사이즈가 있냐니 그런 걸 물어보고 앉아 있어. 바보 같이. 아이고 나 변태라고 생각한 거 아냐. 창피해 죽겠네.' 민자.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오. 괜찮아요. 하하하하." 바나나를 들고 남자가 사라졌다.
민자 얼굴이 화끈거린다. 옆에 있던 동료가 웃는다. "나는 너 일부러 웃기려고 그런 줄 알았어. 바나나 사이즈 물어보길래." 민자 주먹으로 퍽. 동료의 등을 친다. "아니야. 나 진짜 저 사람이 커피 시키는 줄 알았어."
"괜찮아. 실수할 수도 있지. 안 망해. 그런 실수 한번 했다고. 나도 어제 실수했잖아. 거스름돈 잘못 계산해 줘서 ㅎㅎㅎㅎ 손님이 스튜핏이라고 했어. 나한테 그래도 괜찮아. 안 망해." 넉살 좋은 동료 허허허 너털웃음을 짓는다.
"맞아. 그럴 수도 있지. 실수할 수도 있지. 그렇지. 그래도 안 망해 조금 그냥 창피할 뿐이지. 시간이 지나면 다 잊어버리니까. 다음부터는 정신 차리고 있어야겠어."
실수의 연속이었다. 민자 처음 캐나다 스타벅스에서 일할 때. 주문을 잘못받기도 하고 음료를 잘못 만들기도 했다. 나는 영어를 못하나 봐 안되나 봐. 이러다 잘리는 거 아니야.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안될 거라고 잘못될 거라고.
동료 말대로 실수를 한다고 해서 인생이 망하지는 않았다. 정말 그랬다.
때로는 실수가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실수를 통해 나를 돌아보고, 성장하며, 동료와의 실없는 농담에서 위로를 발견하기도 했다. 민자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실수해도 망하지 않다. 괜찮아. 정말 괜찮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