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하는 날.
월요일 아침 7시.
'이상하다. 올 때가 됐는데.' 민자 커피를 만들면서 문쪽을 힐끔거린다. 민자가 제일 좋아하는 손님. 검은 개 로지를 기다리는 중이다. 사람나이로 치면 70은 족히 넘었을 거다. 로지는 배에 야구공만 한 혹을 달고 다녔다. 나이가 너무 많아 수술도 못하고 그걸 질질 끌고 다녔다. 검은 개 로지는.
로지는 일주일에 두세 번. 많게는 세네 번 민자가 일하는 스타벅스에 들렸다. 로지가 제일 좋아하는 퍼푸치노. 강아지용 휘핑크림을 먹기 위해서. 로지는 반쯤 감은 눈으로 힘없이 꼬리를 흔들며 민자를 반겼다. 민자도 로지가 스타벅스에 오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렸다.
길게 줄을 선 사람들 사이로 검은 개 로지가 보였다. 그녀의 주인 메리 아줌마도 함께. 민자를 알아보고 손을 흔드는 메리 아줌마 얼굴이 어쩐지 어둡다. 민자 걱정이 된다.
"잠깐만, 여기 커피 좀 만들어줘."
동료에게 부탁하고 민자 녹색 앞치마를 내던진다. 급한 마음에 검은 개 로지에게 달려 나간다. "하이 메리. 잘 지내셨어요?" 민자 인사를 건넨다. 왈칵. 메리가 울음을 터트린다. "오늘 로지 안락사하러 가. 오늘이 마지막이야."
그러고 보니 한동안 검은 개 로지가 스타벅스에 오지 않았다. 어디 놀러 갔나. 아님 감기가 걸렸나. 민자 로지 생각을 했었다. 나이 많은 로지는 무릎 관절이며 그 야구공만 한 혹이며 온몸이 아팠다고 했다. 새벽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여기저기 병원을 데리고 다녔지만 로지는 나아지지 않았다.
"내가 너무 오래 로지를 데리고 있었나 봐. 다 내 욕심이었어. 이번주에는 내내 아파했어. 무척 고통스러워하더라고. 내가 자주 가는 동물병원이 있는데 거기서 로지를 보내주기로 했어. 오늘이 로지가 스타벅스에 오는 마지막 날이야."
민자, 온몸이 돌덩이처럼 굳어 버렸다. 예상은 했었다. 검은 개 로지는 걷는 것도 힘들어했었으니까. 그래도. 그래도. 너무 갑작스럽고 너무 빠르다.
'울 것 같아. 안돼.'
"잠깐만요." 민자. 다시 스타벅스로 뛰어 들어간다. 마지막이 될. 검은 개 로지가 제일 좋아하는 퍼푸치노에 마음을 담는다. 메리 아줌마를 위한 복숭아 티에도 사랑하는 마음을 담는다.
"로지야. 많이 먹어. 그동안 우리 스타벅스에 와줘서 고마웠어. 사랑해. 로지." 민자 덜컥 눈물이 솟구쳐 오른다. 여기저기 휘핑크림을 묻히고 정신없이 먹는 로지를 안아준다. '고마워. 로지. 고맙다. 정말.'
"로지 보내고 또 오세요. 로지 생각나고 외롭고 하실 때마다 저희 스타벅스에 또 오세요. 혼자 계시지 마시고. 돈은 안 받을게요." 민자 실없는 농담을 검은 개 로지 주인인 메리 아줌마에게 건넨다. 얼마나 울었는지 메리 아줌마는 얼굴이 빨개져있었다.
매장을 나서는 검은 개 로지와 메리 아줌마의 뒷모습을 보면서 민자 꾸벅 인사를 한다. '사랑을 알려줘서 고마웠다고 로지. 늘 악같은 것만 품고 살던 이민 생활이었는데 검은 개 로지 덕분에 사랑을 배웠다고. 고맙다고.'
민자 그렇게 한참을 서서 검은 개 로지의 안녕을 빌었다.
로지. 하늘나라에서는 많이 뛰어다니고 메리 아줌마 꿈에도 자주 나타나 줘. 고마워. 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