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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 부자엄마 Nov 23. 2024

캐나다 이민이 뉘 집 개 이름이냐?

나는 그런 줄 알았지.

안녕하세요.


이 글을 영어로 써야 하나. 한글로 써야 하나 고민했어요. 당신은 당신이 편할 땐 영어를 쓰고 궁지에 몰리면 한글을 썼으니까. "놔. 한국말. 잘 몰라쒀." 그러면서 어눌한 한국말 흉내를 냈으니까.


당신은 캐나다에서 태어난 백인이고 당신 부인은 한국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나는 더 쉽게 믿었던 것 같아요. 캐나다 가려고 일 년 동안 자석처럼 들러붙어 돈만 벌었어요. 주말에는 계란공장에서 계란에 붙은 닭똥을 닦았어요. 박스공장도 곁들어서. 박스들이 억세서 그걸 접으면서 손을 참 많이도 베었는데 괜찮았어요. 나는 곧 캐나다 가서 취업을 할 거였으니까요.


평일에는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건물청소를 하고 영어 유치원에 출근했어요. 퇴근하면 스타벅스에서 마감일을 시작했어요. 하루에 나는 잠을 3~4시간만 자도 행복했어요. 캐나다에 가려고 그렇게 번돈이었어요. 천만 원.


캐나다에 도착한 날, 유학원에 갔을 때,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애써 모른척했어요. 설마. 아니겠지 아닐 거야. 사기라니. 에이 설마.


유학원 비로 당신에게 650만 원을 건네고 서류비며 온갖 잡다한 것들을 내고 나서 한국에서 들고 온 돈봉투 안에는 200만이 채 되지 않는 돈이 남았을 때도 괜찮을 거라고 위로했어요. 내가 나를.


나는 너무 몰랐고 너무 믿었죠. 당신을, 그래서 여권이며 학생비자며 다 당신이 하라는 대로 당신에게 맡겼네요. 한국인만 바글거리는 캐나다 어학원에서 우리는 영어보다 한국말을 더 쓰면서 캐나다 취업이 될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그게 다 거짓이었어요.


몇 날 며칠, 잠도 못 자고 고민하던 내가 큰 맘먹고 당신에게 말하러 갔을 때 평소에는 잘만 쓰던 한국말 말고 영어로 그것도 빠르고 일부러 어려운 단어만 골라 나에게 말했던 거 나는 다 알고 있어요.


한국사람들은 멍청... 아 이런 말은 적지 않을게요. 잊힌 기억들을 다시 헤집고 들어내어 아프긴 싫네요.


한국 가서 영어유치원 한다는 소식은 들었어요. 당신은 참 운이 좋네요. 당신 말대로 영어 덕에 돈도 쉽게 벌고, 나는 당신 덕에 캐나다 반지하도 살아보고 거실에서 커튼도 치고 살았어요. 돈이 없어서 당신 말대로 영어를 못 해서.


모든 건 내 잘못이었어요. 잘 알아보지 않았고. 빨리 부자가 되고 싶었어요. 빨리 한국을 떠나고 싶었고 빨리 성공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그 꼴을 당한 거였죠.


당신 덕에 캐나다에서 취업사기도 당해보았네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곳에서 이것저것 부딪혀 보고 나는 참 많이 컸어요. 당신이 준 것들이 시련이고 고통이라고 생각했는데 뒤돌아보니 그것들 덕분에 나는 참 많이 자랐네요.


그게 벌써 15년 전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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