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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된다는 것.

35주, 몸과 마음의 준비를 시작하다.

by 은방울 꽃

임신 초부터 임산부를 괴롭히는(?) 것은 바로 식단이다.

먹고 싶은 건 많은데 입덧 때문에 못 먹거나, 걱정 때문에 못 먹거나 둘 중 하나다.

뭐든지 한 트럭 먹지만 않으면 괜찮다고들 하지만 '혹시'라는 생각으로 먹는 것을 주저하게 될 때가 있다.

임신 초기에 그렇게 빵이 먹고 싶었다.

그중에서도 이삭토스트!

식빵에 부드럽게 발린 버터와 촉촉한 소스, 햄과 달걀 야채를 입안 가득 넣고 생과일주스 한 잔으로 마무리하는 장면이 저녁에 떠오르면 그날 저녁잠은 다 잤다.

초반에 남편은 내가 뭘 먹고 싶다고 하면 굉장히 조심스러워했다. 남편도 뱃속 아이를 사랑하니 이왕이면 내가 건강한 것들을 많이 먹었으면 했다. 그래서 어떤 날 우리 둘은 이삭토스트를 먹네 마네로 100분 토론을 하다 서로 감정이 상해버렸다.


음식이 뭐라고! 이제는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대부분 그냥 먹는다. 그래도 조절하며 먹어서 막달임에도 체중이 크게 늘지 않았던 것 같다.


점심으로 잔치국수가 먹고 싶어서 집에 있는 채소들을 털어 만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주부 9단 떡갈비도 함께! 엄마가 담아주신 김치와 조합이 꿀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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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막달에는 더욱더 식단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음식을 잘 챙겨 먹어 체력을 유지하고 고칼로리 음식보다는 영양소(밥, 고기, 채소, 과일)를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집에서 음식을 챙겨 먹는 게 보통일이 아니다. 매번 점심밥을 차려먹으며 학교에서 먹던 점심이 그립기도 하다. 그래도 아이를 생각하며 조절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으려 노력한다.


어제는 머리도 묶이는 단발로 잘랐다. 어깨 위에서 찰랑찰랑 거리는 단발은 오랜만이다.

일단 머리를 감는데 너무 편해서 자르기 잘했다고 생각했다.

항상 머리를 자를 때 신중했는데, 이제 육아를 생각하니 편한 게 제일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자꾸 거울 속 내 모습을 보며 루나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KakaoTalk_20250606_070449254.jpg 루나

분만 호흡법을 연습하며 매일 만보를 걸으려 노력한다.

골반 스트레칭을 위한 요가도 하루 15분씩 꾸준히 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남편과 나, 복덩이가 꾸린 가족의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이런 내 모습이 나는 마음에 든다.


복덩이 초음파 사진을 정리하며 복덩이에게 마지막 막달 편지를 썼다.

'이 편지를 보면 엄마 아빠가 너를 많이 사랑한다는 것을 기억해 줘'라는 문구를 적다 남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뭉클해져 눈물이 났다. 우리 왜 이러는 거냐며 웃다가 울다가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하여 가장 기억에 남는 지인의 말 중에 하나는 '아이가 있기 전 나의 모습이 전생 같다.'이다. 이제 나의 모습은 사라지고 엄마, 아빠의 모습으로 새 삶을 시작해야 한다는 말을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사라지는 것에 대한 불안과 부모의 희생이 생각이 나서 임신과 출산, 양육이 정말 무섭게 다가왔다.


요즘은 새로운 나의 모습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을 가져보려 노력한다.

살면서 뜻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희망들이 큰 도움을 줄 때가 있다.

마음속에 '나는 잘 못할 거야,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보다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도 이 또한 우리 가족이 성장하는 하나의 단계라는 희망을 가지고 싶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절대로 손을 놓지 말아야 할 가족이 생긴다는 것.

내 앞에 펼쳐진 여러 길에 '자녀'라는 하나의 길이 또 생겼다. 아직은 삭막하고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좁은 길이지만, 가족과 함께 이 길을 넓혀가며 꽃도 심고 표지판도 달고, 서로에게 필요한 것들을 만들며 멋진 길을 한 번 만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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