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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참 좋을 나이다!

예비 고1의 겨울나기

by 김정우

날씨:맑음

최고기온:-1

최저기온:-7


겨울 중 어느 추운 날

9시 30분에 일어나 몸을 뒤척인다.

툭 건드리면 꿈틀 하는 굼벵이처럼

기지개를 켜며 하루를 시작한다.

스탠드를 켜고 방을 대충 치운다. 뭐 치워도

내일이면 다시 어질러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게을리해선 안 된다.


카톡으로 아는 학교 후배가 영종도를 가자고 문자를

보냈다. 그때가 10시 30분이었다. 나는 급히

머리를 감고 이빨을 닦았다. 클렌징 폼으로 얼굴을

닦으니 눈이 따끔따끔한 게 짜증이 났다.

그래도 우리 학교 후배니까 안 가줄 순 없었다.

정말 친한 후배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몸을 다 닦고서

후드티와 패딩을 하나 걸치고 디지털카메라를 하나 챙겨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306번 버스를 타고 12시 30분쯤에 도착했다.

공항을 둘러보고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걸 봤다.

내가 처음 비행기를 탔던 건 제주로 가는

제주항공 비행기였다. 그때가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물론 그때 이후로 비행기를

탈일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돈과 자유만

있었다면 당장이라도 홋카이도로 가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일본이 참 좋다. 대한민국과는 다른 일본만의

풍경, 서울과는 다른 도쿄의 밤 그런 풍경들이

참 멋있었다. 일본은 그런 점이 좋았다. 우리나라에선

덕질을 하는 사람. 즉 무언가에 열혈이 좋아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을 덕후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덕질을 하거나 그런 사람들을 주로 덕후라 하지 않고

씹덕이란 말과 함께 안 좋은 이미지를 담아 말하기도

한다. 뭐 애니를 보거나 굿즈를 사서 들어내는 사람들을

보고서는 왜 저런 거를 하냐, 돈이 아깝지가 않나

하는 다소 좋지 않은 시선이 가는 게 대다수다.

하나 일본은 다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 사람들만의 취향과 취미를 존중해 주고 이해해 준다.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이나 아이돌의 키링을 달고 다니거나 티셔츠를 자유롭게 입고 다닌다.

하지만 한국에선 그에 관련한 행사나 축제 때만

입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존중이란 단어가

어울리지가 않는 나라인 것 같다. 자신들만의 법도

아래에서 남을 까내리고 센 척을 하며 자신의

권위를 나타내는 그런 것들이 이런 형태를

나타낸 것 같다.


아무튼


대충 공항에서 끼니를 때우고 무의도

선녀바위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바다이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애도 많이 갔던 바다다

백사장은 아니지만 흰색 굴이나 조개껍데기가

널려있는 해변이다. 그 껍데기에 빛이 반사되면

그 빛들이 더 화려해 보인다. 그래서 난 이 바다가

제일로 좋은 것 같다.


저 푸르른 바다를 보고서 동생을 먼저 보내고

소래습지생태공원으로 향했다.

수많은 갈대들과 푸른 하늘과 빛을 내어주는

태양이 모여 예쁜 풍경이 만들어진다.

추운 날에 혼자서 다니니

어떤 어르신이 나보고

춥지 않냐고 물으셨다. 나는 괜찮다 답하니

나를 보시고는 "참 좋을 나이다"

이러셨다. 그러시고는 마저 갈길을 가셨다.

나도 속으로 말했다 '그래, 참 좋을 나이다!'

나는 그 젊음을 느끼며 볼거리를 다 본 후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