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목표물을 향해 조준을 하고 정확한 지점을 맞추면 희열을 느낀다. 사격장으로 향했다. 사격장에는 레이저 사격과 실탄 사격이 있었다. 둘 다 할 생각이었지만 실탄 사격은 앞에 대기인원이 있었다. 레이저 사격을 먼저 하러 갔다.
돈을 넣고 앞에 화면이 바뀌면 실제 총 모양과 같은 총으로 사격을 시작했다. 사격장에 처음 온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방법은 알고 있었다. 사격 또한 총을 다루는 다룸새와 손놀림이 중요하다. 최대한 기억을 떠올려 올바른 자세를 취해보았다. 권총은 상대적으로 가벼워 조작하기에 편했다. 하지만 한 손으로만 조준하여 맞춰야 했다. 총을 잡고 팔을 든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힘들었다. 팔에 힘이 빠져 조금이라도 아래로 떨어지면 정확도가 낮아졌다. 화면에서 움직이는 대상이 등장했다. 목표대상을 맞추면 좋았다가 빗나가면 순간적으로 침울했다가 감정이 일희일비했다.
다음으로 클레이(원반) 레이저 사격을 한다. 몇 년 전에 문경에 가서 실제로 클레이 사격을 했다. 그때 기억을 되살려 본다. 긴 산탄총은 무거워 한 손으로는 사격이 불가능하다. 한 손은 총구를 들어 받치고 다른 한 손은 방아쇠를 잡는다. 한쪽 눈을 감아 조준경과 목표물을 맞추고 일직선으로 일치하는 순간 방아쇠를 당긴다.
화면상 원반이 아래쪽에서 위로 포물선을 그리며 솟아오르면 움직이는 클레이를 총으로 따라가다 쏜다. 총구에서 총알이 나가며 반동에 몸이 약간 밀리는 듯하다. 처음에는 쉽지 않다. 몇 번 쏜 이후에 적응이 되었는지 연속으로 맞춘다. 차곡차곡 쌓이는 점수에 어깻바람이 난다. 마침내 점수가 나왔을 때 나는 환호성을 지른다. 일 등이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의 눈이 일제히 나를 향한다. 괜스레 으쓱한다.
인생은 사격과 같다. 과녁이라는 목표점을 잡는다. 목표를 향해 총구를 향하고 총을 쏜다. 총알이 나갈 때 마다 과녁을 맞춘다면 순탄한 인생일까. 하지만 총알은 빗겨가고 과녁을 피해간다. 엉뚱한 곳이나 허공을 쏘기도 한다.
클레이 사격에 사용하는 산탄총을 쏠 때는 어깨 힘이 많이 필요하다. 결국에는 체력전이다. 호흡도 중요하다. 들숨과 날숨을 쉬다 호흡이 맞았을 때 발포한다. 반복되는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인생의 목표를 정하고 한 번에 이뤄낸다면 바랄 것이 없지만 행운은 쉽게 오지 않았다. 체력을 기르고 훗날을 도모해야 했다. 영어교육과에 재학 중일 때는 사 년 내내 장학금을 받았다. 아니 사 학년 여름까지 마친 후 한 학기 조기졸업을 했으니 삼 년 반 동안이었다. 사 학년 때 전체 학점과 시험을 통해 사범대 학생의 소수만 들어갈 수 있는 학교 내 고시원에도 합격했다. 임용고시라는 과녁을 통과할 줄 알았다.
첫 해에 낙방하고 어머니에게 공부하는 비용을 손 벌리기 싫어 학원에서 바로 일을 했다. 독서실에서 출근 전과 퇴근 후에 공부를 했다. 일주일에 두 세 번은 운동도 했다. 체력이 없으면 목표를 위한 노력조차 버거울 것 같았다. 내 모든 들숨과 날숨도 목표를 향한 삶의 패턴에 맞췄다.
과녁에 총을 맞추려면 인내심이 필요했다. 무거운 총을 들고 오랜 시간 멈춰서 총을 흔들지 않고 정확한 타점을 잡을 때까지 숨죽여야 했다. 그 시간을 버텨 낼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했다.
몇 년을 그렇게 임용고시를 위해 노력했다. 나보다 한 참 학점이 떨어졌고 장학금 한 번 받지 못했던 동기가 합격하는 소식을 여러 번 들었다. 요행을 바란 것도 아닌데 역시 난 운이 없는 걸까. 내 노력이 부족한가.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쉽게 포기 할 수가 없었다. 버티고 버텼다.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 한 입으로 말하는 ‘오랫동안 그 일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됐다’는 그 말을 믿었다.
모든 조건이 과녁의 가운데에 맞춰줬다. 반드시 통과해야 할 목표였다. 그런데 사격 시에도 바람의 영향은 어찌할 수 없지 않은가.
갑작스레 임신과 결혼이 인생의 총구를 겨누고 있던 내게 바람처럼 찾아왔다. ‘지팔지꼰’이라는 말이 있다. 지 팔자 지가 꼰다는 속어이다. 내가 그 사람을 만났고 내 선택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그 말이 너무 야속했다. 그저 사람에 대해서 조금 더 약아빠지지 못했다. 맞이한 결과에 그럼 내가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렇게 잘못 살았나 하는 죄책감이 밀려왔다. 야무지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사람에 있어서는 야무질 수 없었다. 맺고 끊는 것이 힘들기도 했다. 마음만은 진심일 것이라 믿었다. 내가 꼬았다면 내가 풀어야 했다.
과녁을 다시 설정해야 했다. 잘못된 총구를 다시 고쳐 잡아야 했다. 한번은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지만 여러 번이 되면 정말 내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사격에서 내 과녁은 멀게만 느껴졌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으면 거리가 조금이라도 좁혀질 것 같았다. 인생의 사십 대에 접어든 지금 내가 설정한 수많은 과녁이 내 앞에 놓여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과녁을 향해 반복해서 쏘는 것뿐이다.
과녁 한 가운데 꽂힐 내 총알을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