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글쓴이의 학교에서 개인 전시에 발표될 글입니다.※
Y는 멘탈이 약하고 울음이 많다. 작은 일이나 말에도 쉽게 상처받고 무서워한다. 하루에도 여러가지 이유로 두번 이상은 운다. 아마도 그런 Y가 감당하기에 힘든 일 때문에 Y가 계속해서 자살시도나 자해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것도 추측이지만.
Y는 정말 자주 운다. 낯가림 때문에 울고, 무서움 때문에 울고, 아픈 것 때문에 울고, 스트레스 때문에 울고... 나와 친구들은 가끔씩 Y를 울보라고 놀린다. 특이하게 놀리는 건 스트레스를 받아서 울 법 한데 울지 않는다. 아무래도 상대방이 자신에게 악의 없이 한 말이라는 걸 알면 울지 않는 것 같다.
Y는 싸우게 되면 무조건 운다. 상대방이 다다다 말을 쏟아내면 충격을 받아서 울지 않다가 상대방이 겨우 말을 멈추면 그제야 눈물을 펑펑 쏟는다. Y는 말빨이 약한 편인데, 그래서 상대방이 그렇게 말해도 받아칠 수 없는 상황이 무섭기도 하고 답답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물론 Y가 눈물을 보이면 대부분 당황한다. Y는 싸우다가 울면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울면서도 꼭 먼저 사과한다. 그러면 당황한 상대방은 그 사과를 받아주고 본인도 사과한다. 그렇게 화해를 한다. 또 심하게 말하지 않아도 싸우게 되면 Y는 운다. 조곤조곤 말해도 어쨌거나 싸우는 것이 맞으면 운다. 그러면 상대방은 이번에도 당황하고 Y는 사과한다. 그에 상대방은 사과로 답하고 화해한다. 그래서 나는 Y와 싸우게 되면 할 말은 끝까지 한다. Y가 울면 당황은 하지만 울면서 하는 Y의 사과는 진심이 아니라 지금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액션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Y가 전략적으로 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울면서 하는 Y의 사과는 대부분 전략적이다. 아무튼 그렇게 할 말을 다 한 나는 애써 감정을 가라앉히고 말한다. 나도 지금 너무 흥분했고 너도 지금 감정이 상했으니까 우리 진정하고 이따가 다시 말하자고. 울음은 사람의 이성을 흐린다. 울음이 그치고 흐린 이성이 다시 안정되고 나면 그제야 정상적으로 사고가 돌아간다. 고로 각자 잠시 시간을 가진 후 진정된 Y가 하는 사과는 대부분 진심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싸울 때 Y만 사과하느냐고? 그건 아니다. 나도 사과할 때가 있다. 내가 잘못한 문제로 싸웠을 때. 단, 문제는 내가 잘못한 걸 인정하기 싫어하는 성격이란 것이다. 그래서 내가 잘못해도 오히려 뻔뻔하게 말하고, Y에게 상처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Y는 울면서 내게 화를 내고, 나는 그런 Y를 도발해서 결국 파국에 이른다. 그렇게 우리는 잠시 냉전 상태에 돌입하게 된다. 며칠 뒤 잘못을 인정한 내가 사과하면 Y는 펑펑 울면서 속상함을 토로한다. 나는 그를 사죄하는 마음으로 듣고, 끝내 Y는 나를 용서한다. 그렇게 우리는 화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