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글쓴이의 학교에서 개인 전시에 발표될 글입니다.※
Y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YOASOBI의 '밤을 달리다'이다. 잠시 '밤을 달리다'에 대한 설명을 좀 해보겠다.
'밤을 달리다'는 일본의 2인조 밴드 'YOASOBI'의 데뷔곡이자 히트곡이다. YOASOBI의 컨셉은 '소설을 노래로 만드는 밴드'이기에 '밤을 달리다'도 원작 소설이 있다. 소설 제목은 '타나토스의 유혹'이다. '타나토스의 유혹'은 이 세상의 사람들은 에로스의 유혹을 느끼는 사람-삶에 애착이 있는 사람-과 타나토스의 유혹을 느끼는 사람-죽음에 애착이 있는 사람-으로 나뉜다고 가정한다. 주인공의 연인이 바로 그 타나토스의 유혹을 느끼는 사람인데, 연인과 주인공은 연인이 자살하기 위해 옥상으로 올라왔을 때 처음 만나게 되었다. 연인은 항상 타나토스의 유혹을 느끼는 사람들의 특징으로 '사신'이라는 허공의 추상적인 존재를 바라보는 일이 잦다. 그럴 때마다 사랑에 빠진 듯한 눈을 하는데, 주인공은 그를 싫어한다. 어느 날 연인은 다시 자살을 시도하기 위해 옥상으로 올라온다. 그를 보고 주인공은 연인을 말리기 위해 덩달아 옥상으로 올라오고, 두 사람은 잠시 싸우지만 주인공은 돌연 내 사신은 너야! 라며 결국 함께 자살한다. 그런 내용이다.
'타나토스의 유혹'은 정말 묘사도 아름답고 액자식 구성도 적절하게 사용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읽은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이 감상이 다른 작품이랑 헷갈린 감상일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난 이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갑자기 자신도 타나토스의 유혹을 느끼는 사람들이 추앙하는 사신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 사신이 자신의 연인이라면서 돌연 옥상에서 함께 뛰어내린다는 결말이 딱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무 갑작스러운 느낌이었다. 물론 내갸 작가였어도 저 이외의 결말을 내긴 어려웠을 것 같지만, 또 저런 결말이 아니었다면 '밤을 달리다'같은 명곡은 나오지 않았을 테니까 무조건 맘에 안 든다고 하긴 좀 그렇다.
'타나토스의 유혹'이 인정하긴 싫어도 명작이라면, 방금도 말했듯 '밤을 달리다' 역시 명곡이다. 아련하면서도 무작정 슬프지 않고 밝은 느낌,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아름다운 노을이 지는 저녁, 한 건물 옥상에 서 있는 느낌이 드는 노래다. 가사도 소설의 몇몇 말들을 인용했지만 그대로 가져온 것이 아니라 시적으로 잘 풀어 썼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런 이유 때문에 '밤을 달리다'를 좋아한다면, Y가 '밤을 달리다'를 좋아하는 이유는 사뭇 다르다.
Y는 '밤을 달리다'가 아름답고 신나는 자살노래라서 좋다고 했다. 역시나 Y는 내 예상을 깨지 않았다. Y는 그 노래를 보고 자살을 할 때의 로망이 하나 더 늘었다고 했다. 자신은 꼭 노을로 가득 메워진 하늘 아래에서, 지평선이 태양을 반쯤 삼켰을 때에 죽을 거라고. 그러면 나의 최후가 아름답고 낭만적이지 않겠냐고.
나는 Y가 그런 말을 할 때마다 슬퍼진다. 가끔은 화도 난다. 언제고 얘는 나를 떠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거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나를 사랑한다면서 내 앞에서 그렇게 말해도 되는 건가. 내가 슬퍼할 거라곤 생각을 안 하는 건가.
가끔은 그렇게 생각한다. Y는 외롭게 혼자 죽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닐까. '타나토스의 유혹'에 나온 것처럼 자신의 연인이 자신과 함께 죽어주길 바라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두 사람이 함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이 노래를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난 Y에게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난 네가 죽어도 따라가지 않을 거라고. 네가 같이 죽자고 해도 난 그렇게 해주지 않을 거라고. 네가 떠나고 나면 네가 하늘에서 보고 후회하도록 네가 아닌 남자 친구들도 잔뜩 사귈 거고 내 인생을 다 누린 후에 아주 늦게 갈 거라고. 내가 죽고 하늘나라에서 보게 되더라도 난 널 무시할 거라고. 그러니까 죽고 싶을 땐 나한테 말하고 내가 잡아주길 기다리라고. 그렇게 네가 이 세상에서 살아가야 할 이유를 하나 더 늘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