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바스 멘탈코치 Nov 19. 2024

자취방에서 만난 아드린느 (못다 한 이야기)

두 번째 자취방


새로 이사한 자취방은 두 개의 집이 연장된 처마로 붙어 있는 기역 자 형태였고 작은 마당마저도 반투명 지붕이 씌워져 있었어


남자 주인은 커다란 화물차로 개별 용달업을 하는 40대쯤 돼 보이는 사람이었고 주말이나 휴일도 없이 거의 매일 같이 일을 나갔으며 밤늦게 집에 들어와도 잠깐 쉬었다가 새벽에 나가곤 했었지 그야말로 집은 잠깐 들렀다 가는 곳이었어


주인 여자는 40대쯤으로 보였으며 상당히 화장을 진하게 한 아주머니였어. 나중에 알고 보니 둘 사이는 오다가다 만난 사이이며 주인아주머니는 전에 다방이나 술집과도 같은 유흥업소에서 일했음을 알게 되었지


집 구조에 대해서 대충 설명하자면 파란 철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주인집이 보였고 마당 같지 않은 콘크리트 바닥에서 왼쪽으로 가면 우측에 나의 자취방이 있고 나의 자취방으로 꺾어 들어가는 그 지점에 수돗가가 있었어. 그곳에서 김장을 하거나 큰 물건들을 씻곤 했었지


그곳 수돗가는 주인집과 내가 공동으로 쓰고 각자 집에 딸린 부엌이 따로 있었어


당시에는 부엌의 개념이 주방이자 세면 장소였는데 예전에는 다들 그렇게 살았었어


나의 자취방은 학교에서 그렇게 멀지 않아 친구들도 종종 놀러 오기도 했고 그때마다 작은 마루에 걸 터 앉은 주인아주머니는 우리들을 맞이하며 반갑게 인사를 하기도 했지


그러던 어느 날 일요일 오후였어 당시 고3이었던 나는 대입시험 준비에 한창이었고 그날은 모처럼 낮에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인데


그날은 누나도 무슨 일이 있어서 아침부터 외출 중이었고 주인아저씨는 여전히 새벽에 화물차를 끌고 나간 상태라 집에는 주인아주머니와 나 둘 뿐이었지


오후 3시쯤이나 되었을까? 공동 수돗가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왔어


가만히 들어보니 물을 끼얹으며 샤워를 하는 듯했는데 분명 주인댁에도 샤워하는 곳이 있을 텐데 도대체 여기서 뭘 할까 나는 궁금했지


내 방 끝에 있는 창가로 가서 수돗가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고 나는 입이 떡 벌어졌어 앗 세상에~


내가 창문을 열고 수돗가를 바라보니 주인아주머니가 알몸으로 샤워를 하고 있더라고 나의 창을 등지고 물을 끼얹고 있었는데 내가 창문을 여는 소리에도 놀라지도 않더군


분명 아주머니는 내가 방에 있는 것을 알고 있었고 나를 유혹하고 있던 것이었지 세상에!


퇴역한 술집 마담 같은 느낌이 확 들더군


나는 너무 놀라서 잠시 아주머니를 바라보다가 다시 방 안쪽으로 왔지만 기분이 정말 묘하더군


사실 주인아주머니라고 부르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40대 여인이라 젊음이 남아 있었지만 19세 젊은 고등학생의 눈에는 전혀 성적인 대상자로 보이진 않았지


방 안에 있던 나는 별의별 생각을 다 했는데 아주머니가 저러다가 내 방으로 불쑥 들어오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되기까지 했어


아무튼 내가 볼 때 분명 아주머니는 샤워를 하며 더위를 씻는 것이 아니라  불타오르는 욕정을 식히는 듯했단 말이야


아주머니는 그 이후에도 한동안 물소리를 내더니 어느 순간 조용해지더군


나는 한동안 방 한편에서 꼼짝 못 하고 있다가 조용해지자 그제야 마음을 풀고 책상에 앉을 수가 있었어


어느새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때 내 눈에 비친 그 모습은 잊을 수가 없단 말이야


물론 불타오르는 젊은 여인의 욕정이 그러한 형태로 나타났다는 것이 씁쓸하기도 하고 어찌 보면 불쌍하기도 하고 말이야


그 후로 몇 주가 지나고 주인아주머니는 더 이상은 못 참겠던지 짐을 싸서 집을 나가버렸어


그리고 한 두어 달이 흐르고 주인아저씨는 어떻게 알았는지 어떤 섬에 있던 그 아주머니를 붙잡아 왔더군


그 무렵에 나도 대학 시험에 합격하여 지연이가 다니고 있는 W 대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었지


그렇게 해서 나의 고등학교 시절은 끝이 나게 되었고 대학생활로 넘어가게 되었지만 대학교가 멀지 않아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다니다가 동아리 선배 태원이 형 집에 얹혀살게 되면서 두 번째 자취방을 떠나게 되었지


이렇게 끝나니 재미없냐? 넌 뭘 기대했는데? 무슨 막장 드라마를 생각했나 보구나~ 하하


아무튼 두 번째 자취방 얘기는 여기서  끝내고 다음에 기회 되면 세 번째 자취방인 태원이 형 자취방 근처에 살던 희지와의 러브스토리를 얘기해 줄게. 기대하셔~


브런치 독자들 반응없으면 그만하고...




이전 05화 취사장에서 듣던 클래식, 마스네의 '타이스 명상곡'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