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앙 대성당
여행이 시작되기 전, 갑작스러운 화재로 노트르담 대성당을 볼 수 없었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멋진 고딕 양식과 스테인드글라스의 최고라는 장미창을 볼 수 없다는 아쉬운 마음보다 화재로 제모습을 잃어버릴까 봐 속상한 마음이 더 컸다.
노트르담에 대한 마음을 뒤로하고 지베르니로 가기 전에 루앙에 들르기로 일정을 변경했다.
모네의 그림 속 루앙대성당이 있는 곳이다.
인상파 화가인 모네가 빛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다양한 색으로 그려낸 루앙대성당의 모습을 실제로 만날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차를 타고 도착한 루앙은 자그마한 도시였다.
주말의 성당은 미사가 막 끝나서인지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방해되지 않게 잠시 멀리서 성당을 바라보았다.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던 루앙 대성당의 모습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아이에게 고딕 양식의 건축물을 하나쯤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책에서만 보았던 고딕 양식의 건축물을 내 눈으로 직접 만나보고 싶었다.
거대하고 웅장한 크기의 건물을 장식하고 있는 섬세한 조각들 하나하나 눈에 담을 수 없을 만큼 크고 놀라웠다.
책에서 보던 고딕성당만으로는 다 알 수 없었던 거였다.
‘인간이 어떻게 저런 건축물을 지을 수 있었을까? 종교에 대한 아니 신에 대한 열망이 없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일이겠지.’
신을 믿지 않는 나이지만 오늘만큼은 저절로 신의 존재를 떠올리게 된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성당 안으로 발길을 옮겨본다.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는 성당의 모습이 나를 숙연하게 만든다.
아이는 처음 보는 웅장한 성당의 모습을 신기해하며 이곳저곳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아이에게 가능하면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다. 함께 보고 느끼고 이야기 나누고 싶다.
햇빛을 통과한 스테인드글라스의 찬란한 빛, 길게 줄지어 선 의자와 기둥을 따라 내 마음도 그곳에 줄 세워본다.
나는 여행객이라는 것도 잊은 채 시간을 거슬러 성당에 스며든다.
내 눈을 사로잡은 고딕 양식의 루앙 대성당에서 한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시간 속에 잠시 걸음을 멈추어 본다.
다시 우리는 모네의 집이 있는 지베르니로 가기 위해 성당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