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가능성을 현실로 바꿔가는 항해의 시작
주위를 둘러봅시다. 건물마다 학원 간판이 보입니다. 간판에 걸린 현수막과 배너들도 보이네요. 입시성과, 성적우수자, 전문가, 1:1, 맞춤 교육 등 각 원장님들이 강조하고 싶은 학원의 중요 포인트들이 보입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원장님의 학원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요. 그럼 이 질문을 한번 해보겠습니다.
원장님의 학원에서도 맞춤교육을 하고 있나요?
어떤 형식의 지도를 계시며, 그것을 '맞춤 교육'이라 부르고 계십니까?
맞춤 교육은 단순히 학생마다 다른 교재를 사용하는 것이나 수업 방식을 조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맞춤형 교육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함께 나아갈 방향을 확인하고 합의하고 나아가는 전체적인 과정입니다. 그 길에서 교사는 학생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들의 학습 동기를 발견하며, 학부모와 선생님이 협력하여 학생의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가야 하죠.
삶은, 모두가 시험장에 앉아 시험을 치루지만 사실 각자 다른 시험지를 들고 있는 것과 같은데요. 그렇기 때문에 맞춤 교육에 있어 큰 구조는 모든 학생이 같더라도 그 속을 채우는 내용은 절대 같을 수 없습니다. 학생은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라며, 다른 목표와 꿈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다름이야말로 교육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학생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 알아야 보인다.
모든 학생이 동일한 방식으로 공부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학생은 반복적인 문제 풀이를 통해 학습하고, 또 어떤 학생은 시각 자료를 활용해야 이해가 빠릅니다. 그러나 이러한 학습 스타일만이 맞춤 교육의 핵심은 아닙니다. 맞춤 교육은 학생을 하나의 전체적인 존재로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이해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해는 다시 말하자면 아는 것이고, 아는 것은 다시 말해 '관계'입니다.
모르는데 이해할 수 있나요? 알고 있다면 이해할 수 있죠.
어떻게 알아갈까요? 존재 대 존재로 관계를 맺어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학원에 새로운 학생이 오면, 일단 '놀기' 시작합니다. 특히 학업과 담을 쌓은 친구일수록 더 노는 시간을 충분하게 가지죠. 그런 시간을 거치면 결국 남는 것은 두 개뿐입니다. '친구처럼 가까워진 선생님'과 더 이상 할 게 없네, 심심하니 한번 해볼까? 싶은 '공부'죠. 두 가지가 남는다면 성공입니다. 이제 그 두 가지의 리듬에 맞춰 학생과 함께 춤을 추면 됩니다.
시야에 얼마나 많은 학생을 담아낼 수 있을까?
- 작아서 가능하다.
맞춤 교육은 대형 학원에서는 실행하기 어려운 접근 방식입니다. 대형 학원은 정형화된 커리큘럼과 방대한 학생 수로 인해, 개별 학생의 특성과 학습 스타일에 세심하게 접근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반면, 동네 학원은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 간의 밀접한 관계를 바탕으로 맞춤 교육을 실행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네 학원의 강점은 바로 관계의 밀도입니다. 학생과 교사 간의 대화, 학부모와의 상담, 학생 한 명 한 명에 대한 세심한 관찰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환경은 맞춤 교육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핵심 조건입니다.
예를 들어, 성실하던 한 학생이 숙제를 안 해오기 시작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대형 학원에서는 결과로만 받아들이고 결과를 해결하기 위한 처방만 들어갑니다. 원인에 대해 알아차리거나 관심을 갖기 어렵죠. 그러나 동네 학원에서는 교사가 바로 최근 수업 중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는지, 친구와 트러블이 있는 건지, 연애가 잘 안 풀리는 건지, 공부가 싫어진 건지 구체적인 원인을 가정하여 접근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항에 대해 학부모와 논의하거나 학생과 직접 대화를 하여 더 깊은 원인을 파악해 볼 수 있습니다.
맞춤 교육은 단순히 교육 방식의 선택이 아니라, 동네 학원이 대형 학원과 차별화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전략입니다. 학생 한 명 한 명과 관계를 맺고, 학생 한 명 한 명을 깊이 이해하고, 그들의 학습 여정을 설계하는 일은 이제 동네 학원의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 되어야 하죠.
어떤 단계로 접근할까?
- 분석하여 진단하고 공유한 후 실행하라.
맞춤 교육은 철학으로만 존재해서는 안 됩니다. 학원 운영에서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통해 실천되어야 합니다. 실천 없는 지식은 공허하고 지식 없는 실천은 맹목적일 뿐이니까요. 어떤 순서와 단계로 접근할 수 있을지 나눠봅시다.
1. 분석
학생의 현 위치를 파악합니다. 직전 시험 점수가 될 수도 있고, 많은 학원에서 신규상담 시 치르는 테스트 결과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의 목표를 파악합니다. 학생, 학부모 그리고 선생님인 나. 셋이 한 배를 탄 것입니다. 우리의 배가 어디로 향할지 모두의 합의가 필요하죠.
2. 진단
여기는 오로지 교사의 영역입니다. 배에 승선한 인물 중 가장 교육적으로 전문가이기 때문이죠.
현재 위치에서 가고 싶은 목표까지 갈 수 있는지, 없는지. 갈 수 있다면 얼마나 걸리는지. 완만한 경사로로 가는지, 가파른 오르막길로 가는지. 걷는지 뛰는지에 대해 진단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과정은 마치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설정하고 A, B, C 경로로 중 선택을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통행료, 소요시간, 주유 상태, 운전자의 컨디션 등을 파악하여 납득 가능하면서도 원하는 경로를 설정해야 하죠. 여기서 교사가 명심할 것은, 모두가 서울대에 가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학생이 할 수 있는 만큼의 목표치를 파악하고 그것이 학생의 최선임을 그 자체로 존중하는 것도 필요하죠. 단지 교사의 욕심으로 모두의 목적지를 하나로 설정하는 오류를 범하는 일은 없길 바랍니다.
3. 공유
교사가 선정한 베스트 경로를 한 배에 탄 학생과 학부모에게 공유합니다. 모두 합의한다면 다행이죠. 그러나 원만한 합의를 이루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든 합의를 이뤄내야 합니다. 이 항해는 모두가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직접 관계자이고 모두가 의사결정자입니다.
4. 실행
우리가 어떤 배로 어떤 속도로, 어떤 루트로 어디를 향해 갈지 결정을 했다면, 이제 노를 저어 항해를 시작합니다. 상상 속에만 있는 계획을 실행하여 현실화하는 과정이죠. 속도에 맞춰 직접 노를 젓는 사람은 학생과 교사이고, 학부모는 큰 물길을 내어줍니다. 대부분 원장님들이 생각하는 맞춤 교육은 이 파트를 의미할 것입니다. 그러나 진정한 맞춤 교육은 그 이전 스텝들이 함께 진행되었어야 가능하죠. 또한 직접 노를 젓는 학생과 교사는 서로 깊게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젓는 노질로는 원하는 목표에, 원하는 속도로 다가가리란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합의한 방향으로 잘 나아가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합니다. 방향이 틀어졌다면 함께 가고 있는 관계자들에게 공유하여 안내해야 하죠. 그리고 변함이 없는지, 주기적으로 소통하여 1번부터 4번까지를 반복해야 합니다.
맞춤 교육의 목표는 한번 반짝하고 사라질 우수 성적을 기록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가야 할 방향을 확인하는 것. 나아감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키워가는 것. 그 과정에서 자신이 지니고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발견하는 것. 힘들어도 일어나 다시 나아가보는 것. 더 나아가 그 힘으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맞춤 교육은 단순한 교육 방식을 논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학생, 학부모, 선생님이 함께 만들어가는 관계의 예술이고 학생이 지닌 가능성을 현실로 구현해 나가는 여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