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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태 Oct 21. 2024

학생과 호흡하며 함께 뛰는, 페이스메이커

강의력은 교사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필수 역량입니다. 하지만 현대 교육 현장에서, 특히 학원에서는 강의력만으로는 학생의 성적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는 교육은 더 이상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교사와 학생 간의 호흡이 맞아야 진정한 성적 향상과 학습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 호흡은 단순한 지식 전달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이렇게 표현해 보겠습니다.


'교사는 학생의 학습 여정에서 함께 뛰는 페이스메이커입니다.'  


강의는 퍼포먼스가 아니다

과거에는 강의가 일방적인 정보 전달의 형태로 이루어졌습니다. 교사는 지식을 전달하고, 학생은 그 내용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일반적이었죠. 그러나 오늘날의 학생들은 과거와 다릅니다. 교사의 말을 일방적으로 듣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집중하기 어렵고, 지식이 머릿속에 남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의력만으로는 학생들의 성장을 끌어내기 힘든 시대가 된 것이죠.

저도 15년 전 학원에서 강의를 시작할 때는 강의력이 교사의 핵심 능력이라고 믿었습니다.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설명하고, 전달하는 것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그것을 익히는 것은 학생의 몫이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학생들이 수업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강의력만으로는 성적 향상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사실을 말이죠. 저도 처음 이런 상황을 겪었을 때는 '이런 학생들 대상으로는 가르치는 일 더 이상 못 해 먹겠다!' 싶어서 전화 한 통으로 그만두겠다 한 적이 있었죠. '이런 멍청이들 데리고 더는 못하겠습니다. 때려치우겠습니다.' 그때는 '이 지역 학생들이 돌대가리라서 그렇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왠 걸요? 시간이 지나는 모든 지역의 학생들이 비슷해졌습니다.

세대가 변하고, 학생들이 변하고, 이제 저에게 변화가 필요했던 것이죠. 교사는 학생들의 학습 여정을 함께하는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야 합니다. 학생이 지칠 때 옆에서 속도를 맞춰주고, 힘을 내도록 격려하며, 때론 속도를 늦추어 그들이 자신의 리듬을 찾도록 도와야 합니다.


함께라는 것을 알았을 때 힘이 난다 

교사에게 강의력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과의 '호흡'입니다. 학생의 반응을 살피고, 그들이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즉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진정한 학습 효과가 나타나죠. 마치 마라톤에서 페이스메이커가 달리는 속도와 리듬을 맞춰주듯이, 교사는 학생들의 학습 속도와 이해도를 파악하고 조율할 줄 알아야 합니다.


3월 초, 7등급을 받은 고3 학생과 학부모가 찾아왔습니다. 어머니께 말씀드렸죠. “이 학생은 1, 2등급을 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하지만 문과이기 때문에 수학을 포기하지 않고 붙잡고만 있어도 5등급까지는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4등급, 운이 좋으면 3등급까지도 가능할 수 있어요.” 진솔한 대화를 통해 현실적인 목표에 동의하고 함께 설정한 우리의 목표는 단순했습니다. 

'3점짜리 문제는 다 맞고, 4점짜리는 찍어서 운 좋으면 맞자!'

그다음 무엇을 했을까요? 교과서 문제풀이? 개념설명? 저는 이 학생이 처음 학원에 와서 학원과 저에게 적응할 수 있도록 '놀기' 시작했습니다.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죠. '공부 갑자기 왜 하는 거야?', '갑자기 대학에 왜 가고 싶어 졌어?', '그 대학 가면 뭐 할 건데?', '그 직업 해서 뭐 할 거야?'. 언제까지 놀았냐고요? 제 말이 들어갈 때까지. 학생에게 이걸 해오라고 했을 때 해올 때까지요. 즉, 그 친구 마음속에 제가 있을 때까지요. 그래서 제 말이 학생의 귀와 마음에 박힐 때까지요. 드디어 공부가 자연스럽게 학생의 마음과 머리에 들어갈 때까지요.


마라톤에서 페이스메이커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선수와 신뢰를 쌓는 것입니다. 상호간의 신뢰를 쌓기 위해 관계를 만들어가기 시작하죠. 가장 먼저, 인간 대 인간으로 가까워지는 거죠. 교사와 학생 간의 호흡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생들이 교사를 신뢰하지 않으면 그 호흡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수능'이라는 결승점을 향한 마라톤을 혼자 뛰는 게 아님을 느끼게 해주어야 합니다. 너무 가깝지도 않게, 너무 멀지도 않게 존재하며 '나는 너와 함께 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죠. 학생이 마음을 열고, 자신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어야 교사는 그에 맞는 교육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신뢰가 쌓이고 관계가 깊어질수록 학생은 수업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며, 성적도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되죠.


강의력은 기본, 호흡이 필수

학원 교사에게 강의력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학생과의 호흡 없이는 아무리 뛰어난 강의력이더라도 지속적인 성적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학원은 학교와 다르게 학생들에게 더 긴밀한 지도를 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학원 교사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습니다. 마치 마라톤에서 페이스메이커가 선수를 격려하며 목표에 도달하도록 돕는 것처럼, 학생들이 학습의 목적을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성장하여 각자의 목표 지점에 다다를 수 있도록 도와야 하죠. 교사가 학생과 호흡을 맞추고 신뢰를 쌓을 때, 학생들은 더 깊이 공부에 몰입하고 좋은 성적을 보여줍니다. 학원 교사는 학생의 학습 여정을 함께하는 동반자입니다. 이 호흡이 맞아야 학생은 자신의 속도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학원 교사는 학생의 학습 과정에서 함께 호흡하며 이끄는 페이스메이커입니다. 

학생의 인생에 방점을 남기는 페이스메이커는 학생에게 어떻게 그리고 어떤 접근을 하는지, 하나씩 나눠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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