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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태 Oct 23. 2024

강의력, 공감력 그리고 소통력

처음 학원에 등록한 학생과 이것저것, 가벼운 이야기부터 무거운 이야기까지 나누며 관계를 만들어갔습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어쩌다 보니 학생의 마음속에 숨겨져 있던 내적 동기도 찾았고요. 이제 움직일 이유가 생긴(동기부여가 된) 학생에게 학원 교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 남았을까요?


스스로 공부를 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은 학생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성적 향상’ 일 것입니다. 좋은 성적을 받아 ‘내가 원하는’ 대학에 가고 ‘내가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요. 이때 교사는 기본적인 직업인의 자세로 돌아가면 됩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학생에게 전달해 주고, 학업에서 학생에게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발견하여 채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면 되지요. 대부분 현업 교사와 원장님들은 이 부분에 자신이 있으시겠지만, 오늘은 15년 전부터 지금까지 학원에서 활동 중인 제 방법을 나누려 합니다.


강의력, 공감력, 소통력. 이 3가지만 기억하세요.     


학원 교사에게 강의력은 지극히 필수적이고 기본이 되는 능력입니다. 하지만 이 강의력이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공감력과 소통력이 뒷받침되어야 하죠. 학생의 학업 페이스메이커인 학원 교사는 학생의 감정과 상태를 파악하여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랬을 때 비로소 한 번 반짝하고 사라지는 1회성 성적 향상이 아닌, 꾸준한 성적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거든요. 강의력, 공감력, 소통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학원 경력 15년 박준태만의 정의를 알아가 봅시다.



강의력 : 학생이 강의할 수 있도록 만드는 능력

사전적 정의로서 강의력은 정보를 명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능력입니다. 정보에 대한 이해도 정확하고 깊어야 하며, 전달하는 전달력 또한 좋아야 하죠. 과거에는 지식수준이 어느 정도 깊고 적당히 언변도 좋다면, 충분히 ‘강의력 좋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겁니다. 그러나 이제 그렇지 않죠. 오늘날의 학원 교사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학생들이 그 내용을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로 범위가 확장되었기 때문입니다. 요즘 강의력이 뛰어난 교사는 수업을 통해 복잡한 개념을 쉽게 설명하여, 학생에게 개념을 이해시키고 그 개념을 기반으로 스스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만듭니다.


즉, 강의력이 좋은 교사는 학생이 강의를 직접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죠. 학생이 본인의 말로 문제풀이를 설명할 수 있는 수준. 이것이 강의력의 완성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강의력을 키울 수 있을까요? 교사는 타고나야 하는 걸까요?


네, 일부 타고나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 요즘 흔히 말하는 MBTI에 비유하자면, 내향형인 I성향보다는 외향형인 E성향이 있어야 하긴 합니다. 냉정하지만 어쩔 수 없죠. 직접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업이다 보니까요. 그러나 내향형인 사람들도 노력해 좋아질 수 있습니다. 강의력은 다시 말해 전달력입니다. 전달력은 크게 2가지로 구성되어 있죠. 개념과 발음입니다. 이 2가지 영역을 기른다면 강의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개념 파트는 단순합니다. 언어 공부가 필요한 것이죠. 책을 읽으며 독해력을 늘리고, 개념에 대해 스스로 정의 내리는 연습을 한다면 언어에 대한 이해가 올라가 강의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평행사변형’이란 무엇인지 정의를 알려줄 수 있고, 그것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 추론할 수 있으며, 그 특징에 의해 문제 풀이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와 같은 접근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상상하셨죠? 봐요. 강의력이 좋아졌죠!


발음 파트도 단순합니다. 발음이 안 좋다는 것은 흔히 말을 빨리해서 발음이 뭉개지며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발음이 명료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 부분만 인지하고 신경 쓴다면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습니다. 펜을 물고 발음을 연습하기, 정확하게 끊어서 한 글자 한 글자 끊어 읽기, 말 끝을 흐리지 않고 마치기에 대해 조금만 연습한다면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습니다. 사실 성인이 되면 안 하는 연습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누군가의 앞에 서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필요한 연습이죠. 제가 교사를 채용할 때에도 지식이 있으나 발음이 흐린 교사와 지식이 조금 떨어지지만 발음이 명확한 교사가 있다면 발음이 명확한 교사를 뽑습니다. 그만큼 중요하죠.



공감력 : 어쩌면 오지랖

공감력은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능력이라 합니다. 교사는 학생의 학습 능력뿐만 아니라 정서 상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특히, 학원에서 성적 향상이 더디거나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은 종종 감정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경우도 있거든요. 이때 교사의 공감력이 학생에게 도움을 줄 수 있죠. 사실 문제가 전혀 해결되거나 상황이 바뀐 것도 아니지만 의외로 학생은 안정을 찾고 공부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그저 평범한 인간인 우리가 부릴 수 있는 유일한 마법 아닐까요? 


중학생부터는 사춘기가 오면서 아이들 대하기가 참 까다롭죠. 특히 여학생들은 더 어렵습니다. 제게 늘 숙제 같죠. 하루는 평소처럼 수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여학생이 울기 시작했습니다. 남자라면 모두 공감하시겠지만, 여자가 울면 이것 참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습니다.(지혜로운 방법을 아시는 남성분들은 제게 메일로 팁을 보내주세요.) 그 여학생이 엎드려 울기 시작하니 당장 달래줘야 하는지, 못 본 척을 해줘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수업 시간 내내 오만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1분이 1시간 같은 수업 시간이 지나가고, 쉬는 시간에 아이가 좀 진정이 되었길래 따로 불러 물어보니 ‘머리를 잘랐는데, 망해서 울었다.’라고 대답하더군요. 그래서 수업 시간에 눈물을 보이고 수업을 따라오지 못한 거죠.

귀엽죠? 어머님이 이 사실을 아셨으면 속이 터지셨을 겁니다.^^ 여하튼, 저는 그 친구의 친한 학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00 이가 머리 이상하게 잘라서 속상하다며 수업 중에 울었어. 네가 친한 친구니까, 그 미용실 같이 가서 따져줘. 알겠지? 머리도 예쁘다고 괜찮다고 해주고. 그리고 내가 전화 한 건 비밀이다?”


 

| 소통은 과정이다.

소통, 막히지 않고 잘 통함. 소통의 사전적 정의입니다. 막히지 않고 잘 통한다는 것에 당최 기준이 없다 보니, 소통을 정의하는 것이 가장 어렵고, 어려운 만큼 다양한 정의들이 세상에 있나 봅니다. 저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소통은 공감을 바탕으로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교사가 아무리 명확하게 가르친다 해도, 학생이 자신의 문제를 표현하지 못하고 고민을 털어놓지 못한다면, 좋은 강의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교사는 교사의 역할을 다 하고 있는 것일까요? 교사는 공감으로 학생과 열린 소통을 해야 하며, 그들의 고민을 잘 들어주고 최선을 다한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만으로 학생을 도울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학생과 교사 사이에 신뢰가 싹트기 시작하죠.


실제로 이게 다 가능한 사람이 있는지 제게 많이 질문합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도 이상적인 생각일 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마치 ‘유니콘’처럼 생각하고 계실 거예요. 그러나 저는 이런 사람을 가끔 봅니다. 현란하게 존재감을 떨치며 세상에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의외로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은은하게 빛내는 사람도 있어요.


한양대 국어국문학과를 나온 국어 선생님이 있습니다. 대학원에서 만난 것이 인연이 되어 제가 학원이라는 세상으로 이끌었죠. 어떤 사람이냐고요? 2년 전 만난 학생 생일에도 생일 케이크 기프티콘을 보내는 선생님입니다. 지금은 자기 공부방 차려서, 1인으로 90명 학생을 커버하며 월 1천만 원 이상의 밥벌이를 하고 있죠. 실장님도 없습니다. 직접 수업 진행, 수업 준비, 원비 안내, 원비 결제, 학부모 상담, 학생 상담, 기타 행정처리 다 혼자 관리하고 있어요. 현업 원장님들은 아시겠지만, 말이 안 되는 학생 수죠. 90명, 거기에 학부모 각각 2명씩을 더하면 총 270명의 마음을 다 읽고, 응대하고 있다는 겁니다. 같이 근무했을 때, 스승의 날이 돌아오면 받은 선물이 가득 쌓여 있었죠. 엄마들이 보내는 선물도 많았습니다. 

이 국어 선생님은 파워 외향형 E형이고, 자기를 잘 보여주는 사람이죠. 애들이 뭐 하는지도 누구보다 빠르고 세세하게 잘고 있었죠. 누가 누구랑 사귀고 누구랑 친한지 다 알려주는 선생님입니다. 학생에게 하는 쓴소리가 정말 누구보다 학생을 위해 하는 애정 어린 말로 현명하게 잘 전달하는 선생님이죠.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강의력, 공감력, 소통력은 학원 교사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역량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학원 현장에서 근무하는 우리는. 이제 오래된 옷을 벗고, 인강(인터넷강의)과 일타강사가 입을 수 없는, 정말 우리만이 입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옷으로 갈아입어야만 합니다. 

  

오늘도 내가 만난 학생들에게 강의력, 공감력, 소통력으로 좋은 교사가 되어주었는지 성찰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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