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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태 Oct 24. 2024

동네 학원에서 좋은 선생님 구하기(난이도-상)

“원장님, 죄송하지만 개인 사정으로 이번주까지만 출근하겠습니다.”      


이런 경험 있으시죠? 갑자기 교사가 그만둔다고 통보받는 순간이요. 들어올 때는 쌍방인데, 나갈 때는 일방통행인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많은 학원 원장님들이 학원을 운영하며 어느 때보다 당황스러운 순간입니다. 이제는 그나마 한 달 전 통보하면 양호. 그만두기 일주일 전 통보는 비상. 당일 잠수는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게다가 잦은 인사이동은 원장님들을 쉽게 지치게 하죠.


특히 동네 학원의 경우, 구인은 더 어려운 과제입니다. 당장 교실에 서서 수업을 할 교사를 급히 구해야 하는데도, 적합한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형 학원과는 달리 동네 학원에서는 지원자가 많지 않고, 면접 기회도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서둘러 아무나 뽑자니, 교사가 학생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학원의 이미지와 수업의 질이 떨어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지원자 자체도 많지 않은 악조건 속에서 좋은 사람을 찾아야 하니, 선생님이 말 한 마지막 근무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좋은 교사를 기다리고 있는 원장님들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 갑니다.


저도 이와 같은 상황을 많이 겪었습니다. 남 일 같지 않죠. 급하다 보니 아무나 뽑는 실수를 해서 학원 이미지를 복구하는데 에너지를 쏟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좋은 교사와 안 좋은 교사를 구분할 수 있을까요? 15년간 많은 사람을 채용하고 떠나보내며 나름 교사를 구할 때 사용하는 몇 가지 기준을 나눠보겠습니다.


보장된 사람인가?

갑작스러운 교사 퇴사는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저도 가능하면 겪지 않고 싶습니다. 어쩔 수 없지만, 긴급이라 빠른 채용이 필요할수록 저는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나, 졸업한 제자들을 먼저 생각합니다. 한 번 면접으로 어떻게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다 파악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몇 번의 짧은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의 성격이나 일하는 방식까지 파악하는 건 매우 한정적이죠. 그래서 오랜 시간 관찰할 수 있었던 ‘아는 사람’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라 믿고 일명 ‘지인 풀’에서 해결해보려 하죠. 특히, 제가 지도한 학생들이라면 성격과 학습 능력, 그리고 어떻게 가르치는지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더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지원자가 들어오지 않을 경우,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됩니다. 평소 학생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죠?


강의력보다 인성을 보라

지인 풀에 적합한 사람이 없나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지원자들 중에서 면접을 보고, 시강(시범강의)을 본 후 채용 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을 채용해야 우리 학원에 잘 어울리고, 학생들도 이탈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런 사람을 어떻게 파악할 수 할까요? 저도 그간 많은 고민을 했지만, 이제 말할 수 있습니다.


교사 채용의 가장 큰 조건은 강의력이 아닙니다. 인성입니다.     


한 지점에 새로운 영어 선생님을 채용했습니다. 좋은 대학도 나왔고 강의력도 뛰어났죠. 하지만 머지않아 그 선생님의 인성이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수업 중에 한 학생이 모자를 쓰고 들어왔는데, 그 교사는 누가 수업 시간에 모자를 쓰고 들어오냐며 무례하다고 학생의 모자챙을 손으로 쳐서 벗겨버렸습니다. 그 상황이 학생에게 얼마나 불편했을지는 당연한 일입니다. 저라면 당장 엄마한테 이야기하고 학원을 끊었을 겁니다. 저는 그 선생님에게 이렇게 말했죠. “선생님, 저도 모자 쓰고 올 테니까, 저한테도 똑같이 한 번 해보세요. 못 하시잖아요. 애들도 다 같은 사람이에요.” 그 사건으로 저는 그 선생님이 학생을 품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파악했고, 그 교사는 결국 오래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선생님이 하늘 같았던 옛날에나 가능한 일이었지, 요즘처럼 학생을 인격으로 대해야 하는 시대에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점점 더 교사가 학생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데 말이죠. 특히 동네 학원의 경우, 학생들의 학습 외 다양한 고민, 감정,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교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단순히 강의력이 아닌, 참된 ‘인성’으로 학생들을 품고, 좋은 관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지나치게 학력, 강의력, 경력만 보지 마시고 사람 됨됨이를 보려 노력해 보세요.


저에게도 교사 채용은 여전히 난제입니다. 구하기도 어렵고, 뽑는다고 해서 모두가 학생들과 잘 어울리지도 않죠. 하지만 저는 언제나 인성을 첫 번째로 생각하고, 공감력과 소통력을 겸비한 교사를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노력의 일환으로 면접 중에 가능한 한 많은 질문을 던지며, 성격을 파악하려고 노력은 합니다. 그렇지만 면접으로는 한 사람을 다 파악할 수 없죠. 그 한계를 알고 있습니다.


15년간 학원 운영하며 사람도 많이 만났을 텐데, 좋은 사람 뽑는 기술이 생기지 않았냐고요?

아니요.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릅니다.


네, 어쩔 수 없습니다. 최선을 다해 인성이 좋아 보이는 사람으로 뽑읍시다. 그리고 차차 좋은 사람으로, 좋은 관계로, 적합한 인재로 만들어 가보는 거죠. 초등, 중등, 고등. 가르치는 대상에 따라 해 주어야 할 역할은 분명하니까요. 교사직에 생각이 없는 사람을 지원하게 할 수는 없어도 들어온 사람을 배치할 수는 있습니다. 누구를 어디에 배치하는 것이 가장 베스트인지 다음 글에서 나눠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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