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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밤 Nov 09. 2024

4月

첫 만남

4월 중 가장 추운 날이었다.

해가 퇴근을 하고 달이 떠오르는 시간에 오늘도 어김없이 나는 책 한 권을 가방에 넣고 카페로 향했다.

처음 가는 동네, 처음 가는 카페 오늘의 모든 건 내게 낯설었다. 그곳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고 우리는 본 적도 없는 첫 만남에 서로 인사를 주고받았다.

“안녕하세요”

그게 그녀와의 첫 대화였다.

내향형인 내가 처음 보는 사람과 인사를 하다니. 정말 이상한 일이지만 그게 무척 자연스러워 마치, 몇 번 본 사람 같았다. 그녀의 첫인상은 고양이 같았다. 애교라고는 한 번도 부려본 적 없는 차가운 노르웨이숲고양이 그리고 고고해 보였다. 자신감 있어 보였고 멋있는 사람 같아서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게 내가 본 그녀의 첫인상이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우리는 카페 3층에서 바로 옆 좌석에 서로 앉아 있었고 어느새인가 대화를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윤입니다”

윤. 그게 그녀의 이름이구나

그녀가 먼저 자기소개를 하고 나도 뒤따라 이름을 말했다

“안녕하세요 한입니다”

우리는 통성명을 하고 요즘 사람들처럼 mbti도 서로 말해주었다. 놀랍게도 그녀와 나는 정반대의 성향이었고 맞는 게 하나도 없었다. 맞는 게 하나도 없는데 대화는 끊이지 않고 매끄럽게 잘 흘러갔다. 책을 좋아하는 공통점 말고는 우리에게 공통점은 없었다. 그렇게 카페에서 얘기를 하다 술집 얘기가 나왔고 우리는 근처 이자카야 술집에 들어가 술 한잔을 하며 이야기 꽃을 피워나갔다.

내가 키우는 강아지 얘기부터 시작해 자잘한 얘기들로 술 분위기를 채워갔다. 서로 처음 보는 사이라 적당한 선 안에서 얘기가 오고 갔고 그게 참 좋았다. 처음 만난 사이에 깊지 않은 적당한 대화. 사실 그녀는 비밀이 참 많았다. 이것저것 온통 베일에 싸인 고치 같았고 내 성격상 비밀을 파고들어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게 싫어서 나도 그녀의 침묵에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조금 모자랐을까. 우리는 다음 술집까지 향하였고 얘기를 더 나누다가 늦지도 이르지도 않은 새벽에 서로의 연락처를 알고 헤어졌다.

첫 만남에 서로에게 이성적인 호감은 없었기에 간간히 아주 간간히 연락을 이어갔다.


이것이 윤이를 알게 된 첫 만남이자

우리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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