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밤 Nov 14. 2024

6月

짙어지는 관계

만남은 점점 잦아졌다.

6월 3일 서로의 첫 만남 느낌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처음 윤이와 만났던 카페를 다시 찾았다.

우리는 추억들을 다시 되새김질하고 곱씹어 보는 것을 좋아했다.(우리의 장점이었다.)

그녀가 수줍은 표정으로 손 뒤에는 꽃을 감추고 서 있었고 갑자기 꽃 선물을 퍽하고 주고는 위로 먼저 올라갔는데 그 부끄러운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한참 동안 꽃에서 눈을 못 떼지 못하고 의자에 털썩 앉아버렸다.

멍하니 있다가 주문을 황급히 하고 그녀가 있는 곳으로 올라갔다. 아무도 없었고 밑에서는 버스킹을 하고 있었는지 노랫소리가 창문으로 올라왔다. 오후 12시 여유로운 시간에  여유로운 노래들로 남는 공간을 채우고 우리는 침묵한 채 그 시간을 서로 즐기고 있었다.

우리는 어느새 서로의 사진도 찍어주는 사이가 되었고(보통 윤이만 나를 찍었다)

술집에서 카드게임도 하는 사이가 되었다.

짜릿한 19금 카드게임. 서로가 부끄러워 멈칫멈칫하는 그 설렘이 좋았고 그녀와 있는 공간이 좋았다.

하늘에는 달이 떴고 술에 힘을 빌렸을까. 윤이는 사진관에서 나에게 볼뽀뽀를 살포시 건넸고

나는 그녀의 입술을 훔쳐버렸다. 그 짧은 뽀뽀 후의 어색함과 설렘은 우리를 더욱 간지럽혔다.

그 뒤로도 우리는 시간을 내서라도 서로 만나고 싶어 하는 사이가 되었고

어느새 서로 아는 지인도 생겨 생일도 챙겨주었다.

서로 책을 좋아했기에 서점에 가서 서로에게 어울리는 책도 선물하였고 만화카페도 가서 일상을 책으로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소풍 가는 날 (6월 7일)

윤이와 처음으로 소풍을 가는 날. 오늘은 내가 윤이에게 꽃선물을 주었다. 너무 예쁘다며 웃는 너의 모습을 보니 맨날맨날 사주고 싶었다. 너의 기쁜 모습이 내 기분을 기쁘게 하였다. 운이 좋게도 나는 이 날에 차가 생겼고 우리는 편하게 소풍용품들을 빌려 자연으로 떠났다. 좋은 자리에 돗자리를 피고 햄버거를 먹었다. 우리는 그날 처음으로 햄버거를 먹었고 우습게도 서로 보지 말라며 고개를 돌려 햄버거를 먹고 있었다. 해가 자리를 이동하고 우리 또한 해를 피해 자리를 이동하여 텐트를 치고 그 안에서 자유를 느끼며 누워있었다. 얼마나 누워있었을까 윤이가 입을 열었고 그 말은 내 심장을 고장 나게 해 버렸다

“사랑해” 이 얼마나 세상에서 달콤하고 간지러운 말인가. 그 말을 들은 나는 고장 나버렸고 세상이 멸망해도 행복했다.

강 쪽에 있는 숲에서 피크닉을 했으니 저녁에는 내가 좋아하는 바다를 데려갔다.

윤이는 내게 기대어 있었고 우리는 모래사장에 앉아 한참 동안 밤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윤이는 아마 이날 나를 죽일 작정이었나 보다.

“한아 우리가 내일 결혼할 사람들 보다 더욱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말을 꺼내며

나에게 짧은 키스를 건넸고 내 심장은 고장을 넘어 폭파되어 버렸다.

그 강렬한 날이 지나가고 우리는 어느 연인들처럼 자연스레 손을 잡고 다니게 되었고 대화의 주제들도 우리에 미래로 채우기 시작하였다.

다음 만나는 날 우리는 양꼬치를 먹기로 했다.

내가 양꼬치 소스를 만드는 걸 보고 윤이는 따라 만들더니 맛있다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게 좋았다. 입맛이든 취향이든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고 비슷해지는 거.

우리는 만날 때마다 드레스코드도 정하여 더욱 분위기를 냈고

그렇게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서로의 삶 속에 녹아들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그녀는 수술을 한다며 서울로 떠났고

우리는 한동안 보지를 못하고 연락만 주고받다가 그녀가 다시 돌아왔다.

얼굴에는 멍이 있었고 붕대로 얼굴을 감추고 있었다.

그날 깨달았다. 충분히 부끄러워하거나 그런 모습이 싫을 수도 있었지만

내 눈에는 그저 윤이였다. “아 나 더 이상 이 사람의 얼굴을 보는 게 아니라 윤이의 전체를 좋아하고 있구나”

그러고 서로가 바다를 좋아해서 텐트와 돗자리를 사고  바다를 자주 가기 시작했고 우리의 6월은 바다로 채워나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저 아름답기만 한 6월.

이때까지만 해도 곧 우리의 관계가 깊게 정해지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있던 나였다.



이전 03화 5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