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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선 Oct 20. 2024

선생님 저는 왜 여기만 오면 눈물이 나죠?


병원에 들어서 이름을 말하면 설문지를 준다. 전혀 슬프지 않았더라도 설문지 질문에 하나씩 체크를 하다 보면 눈 안쪽으로 눈물이 차오른다. 몇 주 연속으로 눈물바람인 환자로 기억되기 싫어서 간신히 눈물을 꾹꾹 참고 웃으며 진료실에 들어섰다.


"처음 오셨을 때와는 다르게 웃으면서 들어오시네요!"

의사의 얼굴이 기쁘다. 나도 기뻤다. 확실히 약을 먹으니 우울감이 덜했고 마음도 조금은 편안했다.


그동안의 불안함과 걱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의사는 아 하고 나의 증상을 컴퓨터에 옮기고선 다시 물었다. 나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말한 적은 있느냐고. 아.. 저는 친구가 별로 없어서요... 남편밖에는.. 왈칵.

또 울어버렸다. 엉엉.


의사는 아이고 하며 휴지를 건넸다. 저번주에 그랬던 것처럼.

"선생님 저는 왜 여기만 오면 눈물이 나죠?"

내 이야기를 가장 편하게 들어주는 사람이 의사 선생님인가 보다. 나를 온전히 이해해 주는 느낌을 주는 사람도 의사 선생님인가 보다. 나는 그렇게 의사 앞에서 3주 연속 울어버렸다.


"그래도 주변에 한번 말해보는 건 어떠세요?"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했던가. 나의 슬픔을 누구에게 나눠준단 말인가. 나의 이 괴롭고 슬픈 감정을 누군가 가져만 준다면 벌써 말하지 않았을까. 내 병명이 양극성장애라는 것을 말하게 되었을 때, 친구들의 표정을 보고 말을 듣는 것도 두렵다. 말하고 보고 듣는 것이 모두 어려운 일이니 나는 계속 의사 앞에서만 울 수밖에 없다.


뾰족한 어딘가에서 위태롭게 서 있는 내 마음은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못한 채 홀로 쓸쓸하게 서 있을 뿐이다. 내 마음의 병은 외롭고 무르고 시퍼렇다. 나조차도 감당하지 못하는 내 마음은 그 누구에게도 다가서지 못한다. 내 막막한 기운을 누구와도 나누고 싶지 않다. 누구에게도 슬픔을 나눠줄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러한 이유로, 저러한 이유로 나는 병원에서 운다. 나에겐 그게 가장 분명한 방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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