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등이 켜진 날

마음의 비상등

by 응응

그날도 여느 때처럼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창문 밖으로 주차장이 슬쩍 보였다.

원두를 갈던 내 손이 잠깐 멈췄다.
이상하게도 주차장에 있던 차 한 대가 반짝반짝 깜빡이고 있었다.

딱 봐도 비상등이었다.
양쪽에서 번갈아가며 켜지는 그 주황빛.
그 빛은 멀리서도 존재감을 발휘한다.

‘어? 왜 저 차는 비상등을 켜놓고 있지?’
한참을 멍하니 바라봤다.

처음에는 ‘주차를 방금 했나? 물건 가지러 간 건가?’ 생각했다.

그런데 5분이 지나도 깜빡깜빡.
10분이 지나도 깜빡깜빡.

반짝! 반짝!

혼자서도 꾸준히 깜빡이는 비상등.

'배터리 나가면 어쩌지?'
'주인 오기 전엔 꺼지지도 않을 텐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도 가끔 저렇게 속으로 비상등을 켜고 살 때가 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데 마음속에선 조용히 두 눈을 깜빡이며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을 때가 있다.


"저 지금 조금 힘들어요."
"괜찮은 척하지만 비상등 켜고 있어요."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로의 비상등을 못 본다.
혹은 못 본 척하고 지나친다.


그날 이후 나는 누군가의 비상등을 좀 더 잘 보려고 한다.

카페에 오는 손님도, 같이 봉사하는 사람도, 가끔은 나 자신도.

혹시 지금 내 마음도 주차장에 놓인 자동차처럼 조용히 두 눈을 깜빡이고 있는 건 아닐까?


다시 커피머신 앞에 섰다.

오늘도, 커피 한 잔으로 비상등을 끄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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