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치원 아이들의 깜짝 방문
그날은 평소처럼 평온하게 시작됐다.
우리는 각자 맡은 바 역할에 충실하며
오늘의 첫 커피를 준비하고 있었다.
“거품이… 오늘은 찐빵 아니고 구름이에요.”
“스팀 완드랑 오늘은 친해지려고요.”
각자의 커피 철학(?)을 나누며 평화롭게 흘러가던 카페의 분위기.
그런데… 그 순간!
“띠링~”
카페문이 열렸다.
그리고 문턱 너머로 한 줄기 햇살처럼 등장한 존재들…
유. 치. 원. 아. 이. 들.
작고 통통한 배낭,
양 갈래 땋은 머리,
간식봉지 흔드는 손,
그리고 호기심 1000% 충전된 눈망울이
카페 안을 샅샅이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우리 무언의 눈빛 회의를 시작했다.
“아이들이 왔네?”
"몇 명이나 될까?"
"오늘 주스는 모자라지 않을까?"
그때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왔다.
“주스 있나요???”
있습니다.
우리에겐 비장의 무기, 사과주스가 있었지요.
사실 커피 못 마시는 손님을 위해 준비한 비상용 음료였는데,
오늘 그 주인공이 이렇게 귀엽게 등장할 줄은 몰랐다.
“주스 주세요~!!! 열 잔이요.”
카페의 한쪽, 색연필이 놓여 있던 테이블로 이동한 아이들은
주스를 마시며 손을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몰랐다.
그들이 지금 예술 작업에 돌입했다는 사실을.
처음엔 단순한 낙서인 줄 알았다.
알록달록 종이 위에 무언가를 뚝딱뚝딱 그리고 있었다.
10분 후,
아이는 조심스레 우리에게 A4 한 장을 건넸다.
“주스를 주신 것도 감사합니다.”
글씨는 삐뚤빼뚤.
우리는 웃음을 꾹 참고 A4 용지를 받아 들었다.
아이들이 준 쪽지 하나에
카페 전체가 녹아내렸다.
“이거… 유리창에 붙이자.”
“우리의 첫 어린이 고객 사인이지.”
“오늘부로 ‘고객 감사패 1호’야.”
그날 카페 한쪽 벽엔
‘주스 감사합니다.’ 쪽지가 조심스럽게 붙었다.
우리는 다 같이 말했다.
“아… 커피도 좋지만, 주스는… 마음을 녹인다.”
물론 그날 오후에도 우리는 다시 진지하게 커피를 내렸다.
샷의 양을 재고, 크레마를 확인하고, 스팀 온도를 체크하면서도
누군가 종종 뒤를 돌아 A4 쪽지를 바라봤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 하루도 참 좋았다.
세상에, 주스 하나에 정성스럽게 써 주다니.”
카페에 오는 사람은 정말 다양하다.
하루의 피로를 잠시 내려놓고 싶은 사람,
친구와 수다를 떨고 싶은 사람,
조용히 책을 읽으며 머물다 가는 사람.
그리고 주스를 마시며 ‘감사합니다’를 전하고 가는 작은 사람들.
그날 그 아이들은 단순한 손님이 아니라 우리 마음을 휘젓고 간 귀여운 예술가였다.
오늘도 우리는 커피를 내린다.
하지만 한편에는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를 주스 고객들을 기다린다.
혹시 아는가. 다른 A4 작품이 우리 카페 벽을 수놓을지도.
그게 바로 바리스타로 살아가는 기쁨이다.
비록 커피 대신 ‘주스’를 내릴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