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 그녀가 제일 먼저 왔다.

by 응응


수업이 시작되기엔 조금 이른 시각이 었다.
문이 열리고 들어선 사람은 전날 모자를 눌러쓰고 수줍은 미소를 지었던 바로 그녀였다.
이번엔 모자를 더 깊이 눌러쓰고 마스크까지 했다.

아직 아무도 도착하지 않은 교실은 고요했다.
그녀는 조용히, 맨 뒷자리에 앉았다.
사람들 틈에 섞이기보다는 잠시 시간을 숨고 싶어 하는 듯했다.
나는 맨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시선이 갔다.

잠시 후, 그녀는 마치 마음속에 오래 담아둔 이야기를 꺼내듯 말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그러더라고요. 엄마는 엄마 같지 않다고요.”

순간, 교실의 공기가 살짝 흔들렸다.
그녀의 말엔 아픔이 담겨 있었다. 그것은 또렷한 고백처럼 맑았다.
딸과 아들이 있다는 그녀는 사실 이 수업이 자신이 바라던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엄마! 제발 사회생활 좀 해요!”

딸의 말이 귀에 맴돌아 대기접수라도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단다.
그렇게 대기 2번으로 이름을 올렸다.

며칠 후 “수강신청이 확정되었습니다”라는 문자를 받았다.
기쁠 법도 했지만, 그녀는 솔직했다.
“겁이 났어요. 그냥,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싶어서…”

그녀는 자신을 “소위 말하는 깡촌”에서 자랐다고 했다.
말 그대로 불을 지펴 밥을 했다. 나무를 때서 물을 데웠다.
믿기 어려울 만큼 가난했던 어린 시절, 보리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자랐단다.
그 시골이 싫었다고 했다. 그래서 결혼을 통해 그곳을 떠났다.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아이를 낳고 길렀지만 아이들한테 관심이 없었어요. 남편을 더 좋아했어요.”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그 말속엔 미안함과 애틋함, 지나간 시간에 대한 담담함도 섞여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이유 모를 소화 불량이 시작됐다.
10년을 내과에 다니며 약을 먹었다.
그러다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요.”

그즈음부터 모자를 쓰기 시작했다.
햇빛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는 실내에서도 모자를 벗지 않았다.
그 모자가 아마도 세상과 자신 사이에 놓인 조용한 커튼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교실 맨 끝자리에서 그녀는 말없이 앉아 있었지만, 그 존재는 마치 오래된 책 한 권 같았다.

한 장, 한 장 펼쳐볼수록 깊은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이 수업이 누군가에겐 자격증을 따기 위한 시작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인생에서 처음으로 ‘나’를 위해 움직인 용기의 한 장면일 수도 있다고.

모자 아래 숨겨진 그녀의 이야기는
그 어떤 커피 향보다 깊고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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