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이론 수업이 지나고,
드디어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그날이 찾아왔다.
“오늘부터 실습 들어갑니다.”
선생님의 말에 교실 안 공기가 바뀌었다.
설렘, 긴장, 두려움, 호기심으로.
각자의 표정엔 복잡한 감정이 흘렀지만
모두의 눈은 반짝이고 있었다.
책 속 사진으로만 보던 에스프레소 머신이
눈앞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
크고 묵직한 몸통. 반짝이는 스테인리스.
버튼이며 레버며 어디를 눌러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복잡해 보였지만
그 낯섦조차도 흥분되는 순간이었다.
“이게 에스프레소 머신입니다. 그리고 저쪽이 그라인더.
이쪽은 그룹헤드. 여기는 포터필터. 그리고 이건 스팀 완드예요.”
선생님은 열심히 설명하셨지만
우리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기계를 바라봤다.
“자, 출석부 번호대로 1번부터 해볼게요.”
모자 쓴 그녀가 첫 주자였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왔다.
선생님이 건넨 포터필터를 양손으로 꼭 쥐었다.
“여기다 끼우는 건가요?”
“네, 그룹헤드에 딸깍 소리 날 때까지 돌려주세요.”
그녀의 손이 살짝 떨리는 게 보였다.
순간 교실 안 모두가 숨을 멈춘 듯 조용해졌다.
긴장된 손끝이 조심스럽게 포터필터를 기계에 맞췄다.
살짝 끼우고 돌려본다.
딸깍.
기계가 자그마한 소리로 그녀에게 “잘했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이제 다음 단계는 커피 갈기.
그라인더로 이동한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버튼 누르면 커피가 갈려요.
”레벨을 앞으로 당기면 필터에 갈린 커피가 내려와요.”
버튼을 누르자
커피콩이 부드럽게 갈리는 소리가 교실에 울렸다.
갈린 커피가 포터필터에 담겼다.
이제 탬핑.
동그란 탬퍼로 고르게 눌러야 했다.
“이거 꼭 도장 같아요.”
그녀의 말에 다시 웃음이 터졌다.
“표면이 평평 해 지도록 꾹!”
선생님의 말처럼 ‘꾹’이란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이제 가장 떨리는 순간이다.
포터필터를 끼우고 버튼을 누르니
커피가 뚝뚝 또르르 흐르기 시작했다.
작은 유리잔에 점점 채워지는
짙고 윤기 있는 액체.
그게 바로 에스프레소.
그녀는 허리를 낮춰 눈을 맞췄다.
35ml.
한 방울, 한 방울까지도 귀하게 여겨지는 순간이었다.
모두들 숨을 죽인 채
포터필터를 돌리고,
커피를 갈고,
조심스럽게 탬핑을 하고,
각자의 첫 커피를 내렸다.
누군가는 조금 많이,
누군가는 조금 적게 채우기도 했지만
모두가 진지했다.
모든 게 서툴고 낯설지만
그 낯섦마저도 기분 좋은 하루였다.
마지막 순서까지 실습하는 동안
실습실 안엔 커피 향이 진하게 퍼졌고
모두의 첫 커피가 작고 따뜻한 성공으로 피어났다.
오늘은 아직 서툴고 느렸지만
내일은 분명 더 부드럽고 자연스러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