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향보다 진한 긴장감

by 응응

오후 2시 17분.
출발하기엔 조금 이르고, 가만히 있기엔 마음이 들뜬 시간이었다.
점심도 평소보다 조금 일찍 먹었다. 괜히 입안을 개운하게 하고 싶어 자일리톨 하나를 꺼내 물었다.

나는 거울 앞에 서서 옷깃을 다시 한번 다듬었다.
머리는 말끔히 빗고, 주머니에 손을 넣자 괜히 설렘이 더했다.

“나, 오늘 바리스타 수업 가.”

누가 들은 것도 아닌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심장은 이미 라떼 한 잔을 마신 것처럼 가볍게 두근거리고 있었다.

도서관 입구 자동문이 부드럽게 열릴 때 마치 조용한 무대의 막이 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햇살이 낮게 기울어 복도를 비추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 버튼을 눌렀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다시 한번 훑어보고는 가볍게 숨을 들이켰다.

강의실 앞에 도착하자 이상하게 숨이 조금 가빴다.
문손잡이 위에 손을 얹고 잠시 멈춰 섰다.


‘다들 벌써 도착했을까? 나만 긴장한 건 아니겠지.’


문을 여는 순간, 커피 향은 나지 않았지만 묘한 공기가 흘러나왔다.
설렘과 긴장, 어색함과 기대가 한꺼번에 뒤섞였다.
마치 방금 뜨거운 물을 부은 원두처럼 조용히 퍼지는 온기 같았다.

강의실 안엔 여섯 개의 자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각 책상 위에는 볼펜과 노트가 놓여 있었고, 앞쪽엔 작은 화이트보드가 세워져 있었다.
창밖으론 오후의 빛이 길게 드리워져 있었고, 실내는 조용하면서도 어딘가 따뜻한 분위기였다.


창가 쪽엔 뽀글뽀글한 파마머리의 여성이 앉아 있었다.
연보라색 카디건을 걸친 그녀는 볼펜을 손가락 사이에서 빙글빙글 돌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무엇인가를 외우는 듯한 그 모습에, 나는 속으로 웃음이 났다.
귀엽고 따뜻했다.


강의실 맨 끝자리에 짧은 커트머리를 한 여성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두 손을 단정히 무릎 위에 얹고 눈동자만 바쁘게 움직였다.
고개를 살짝 돌려 눈이 마주쳤지만 이내 조용히 시선을 거두었다.
단단한 인상이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사람 같았다.

실습수업 들어가면 제일 잘할 것 같았다.


그 옆자리엔 모자를 눌러쓴 여성이 앉아 있었다.

"대기 2번인데 됐어요."

"딸이 엄마도 뭔가 하나쯤 해보라면서 그냥 집에만 있지 말고 사회생활도 좀 해보라고 해서요."

굳은 표정에 말 걸기 어려워 보였지만, 인사를 건네자 수줍은 미소가 번졌다.


가장 밝은 목소리는 체크무늬 셔츠를 입은 중년 여성이었다.

"전 커피에 진심인 사람이에요."
웃음기 어린 말투에 모두의 어깨가 조금 풀리는 듯했다.


마지막 자리에 앉은 여성은 작은 수첩을 펼쳐 놓고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얼굴엔 집중이 어려운 듯한 긴장감이 묻어 있었지만 눈빛은 진지했다.


잠시 후, 강의실 문이 조용히 열리고 한 남성이 들어섰다.
흰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키가 큰 강사였다.

“안녕하세요. 오늘 바리스타 기초 이론 수업을 두번 하고 실기 수업은 그 다음 부터 하도록 하겠습니다.”

낮고 차분한 목소리에 여섯 명의 시선이 자연스레 모였다.

“저는 커피학원을 운영하면서, 근처에서 작은 카페도 함께 하고 있어요.
이론 수업은 처음 배우시는 분들이 꼭 알아야 할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강사의 강의는 예상보다 재미있었다.


다음 수업이 벌써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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