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1층 게시판 앞에서 그 공고를 처음 본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바리스타 2급 자격증반 개설'
'수강생 모집(선착순 6명)’이라는 커다란 글씨 옆에는 아메리카노를 내리는 바리스타의 사진이 실려 있었다. 글쎄, 도서관에서 커피를 배우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더 놀라운 건 그 자격증을 따면 도서관 카페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 봉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모집 대상은 50대부터 60대까지. 남녀 불문.
그리고 선착순. 딱 6명.
마침내 뭔가 내 이름을 걸고 도전할 무언가가 생긴 것 같았다.
내 삶에 에스프레소 한 방울 같은 활력을 줄 것 같았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접수하기로 했다.
온라인 접수 시간은 9시 30분 컴퓨터를 일찍 켜고 로그인도 해 두었다.
"9:29:55, 9:29:56...... 9:29:59, 9:30:00" 카운트를 셌다.
"딸깍" 바로 클릭했다.
'수강신청을 하시겠습니까?' 문구가 나왔다.
'예'를 클릭했다.
창이 열리자마자 클릭했지만 세 번째였다.
선착순 6명, 대기자 3명으로 마감 됐다.
나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마시면 심장이 북 치고 장구 친다.
어느 날은 카페라테 반 잔에 밤새 천장을 보고 뒤척였고, 어느 날은 아메리카노 한 모금에 눈이 말똥말똥 해졌다.
그 이후로 커피는 나에게 ‘맛있는 마약’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마시고는 싶지만, 무섭고 떨리고, 결국 손을 떼고 마는...
그런 내가 바리스타 수업에 신청을 했다.
내가 직접 커피를 내려주는 모습을 상상하는 순간 마음속 어딘가가 조용히 두근거렸다.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커피를 건네줄 수는 있지 않은가!
책을 읽는 사람에게,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는 사람에게, 커피 한 잔을 건네주는 일.
그 일이 왠지, 너무 멋져 보였다.
꼭 누군가의 하루를 따뜻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하여 나는 ‘커피 비음용 바리스타 후보생’이 되었다.
약간은 아이러니하고, 살짝은 엉뚱한 이 길을, 나는 아주 당당하게 걷기로 했다.
수업 첫날이 다가올수록, 마음 한구석에서는 걱정이 끓어올랐다.
‘수업 때 커피 시음도 하나? 그럼 나 못 자면 어떡하지?’
커피 한 잔도 제대로 못 마시는 사람이지만, 누군가에게 아주 좋은 커피 한 잔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꿈꾸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