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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그녀의 분노

명절마다 모든 가족이 그녀의 감정쓰레기통이었다.

by graceforme

어느덧 끔찍했던 어버이날을 보낸 5월에서 9월이 되어 명절이 다가왔다.


난 그 이후로 그녀를 차단해 버렸고 궁금하지도 않았다.

신랑은 그녀와 마주하며 힘든 시간을 여러 번 보냈고 이젠 좀 안정이 되어 가는가 했다.


아직 산 넘어 산이라고 명절이 다가왔다.


명절 전 주는 또 그녀의 생신이었지만 난 가지 않았고 아이들과 신랑만 갔다. 그날은 큰일이 없었던 것 같다.

아!! 애들 앞에서 계속 아들한테 이혼하라며 쌍욕을 했다는 것....


그리고 그다음 주 추석 명절이 왔다. 예전 같으면 명절 며칠 전에 장을 보고 난 또 퇴근해서 음식을 하고 주말이 낀 명절에 토요일부터 가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친정엄마와 놀러 갈 생각만 했다.


매번 명절에 우리 때문에 명절 다 지날 때까지 혼자 계신 엄마와 가까운 곳이라도 가려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부러워했다. 가고 싶지 않은 눈치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미안하지만 아이들은 가야만 했다.

그렇게 아이들과 신랑은 일요일에 가서 2박 3일을 보내고 오게 되었다.



그런데 명절까지 안 가니 제대로 폭발을 해버렸다. 그 화를 아이들한테까지 푸는 그녀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이들은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신랑도 열이 받아 스트레스 왕창 받아서는 친정은 안 가겠다고 하고.... 싸우게 되었다.



신랑만 두고 엄마를 모시고 오빠네로 가는 차에서 아이들이 이야기를 다 했다.


첫날부터 가자마자 엄마를 미친년, 시발년 지랄하고 있다며 지 혼자 편하게 명절에 놀고 있냐고 했단다. 아이들 앞에서 할머니라는 인간이 하는 말이 참 천박하다. 3일 내내 아들한테는 이혼하라고 했단다. 감정쓰레기통을 항상 찾는 그녀는 내가 없어지니 아이들과 아들한테 쏟아붓기 시작했다.


그다음 날에는 가까운 곳에 놀러 갔는데 오리배를 타러 간 곳에서 운행을 안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또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돌아오는 차에서 다시 내 이야기를 꺼내며 쌍욕을 퍼붓고 아이들한테도 짜증을 냈다고 한다. 신랑이 아이들한테 그러지 말라 그러면 그녀는 애들 앞에서 애들 편들지 말라고 하며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이들은 안절부절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오리배를 못 타고 돌아온 집에서 다시 아빠와 할머니의 언성이 높아졌고 아이들은 강아지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고 했다.


그렇게 밖에서 기다리다 들어왔더니 지나가는 둘째에게 다짜고짜

" 너 왜 할머니 흘겨보는 거야?"

" 너 솔직히 말해봐 뭐가 무서운데?"


그전에 언니한테 고래고래 전화로 소리 지르는 할머니를 봤던 둘째는 얼어서 말을 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첫째가 솔직하게 얘기했다.


" 할머니가 자꾸 엄마 욕했잖아요!"


" 내가!!! 언제!! 욕을 했다고!! 지 엄마 닮아서 거짓말도 잘하네!!! 너도 한번 욕 들어 볼래? 시발년!! "


7년 전 나한테 멱살을 잡으며 내 코앞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던 모습 그대로 아이 얼굴 앞에 와서 한 말이다.

그녀는 변하지 않는다. 욕을 아이 눈 앞에서 작게 얘기해서 아빠는 못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는 정확하게 들었다. 아니 정확하게 움직이는 입모양을 보았다고 했다.


고작 5학년 초등학생한테 하는 말이다.


그 상황에서 아이들은 집에 너무 가고 싶었고 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빠는 결국 아이한테 할머니한테 대드는 거 아니라며 한마디 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그때 어땠냐고 물으니 아빠가 미웠다고 했다. 참 어려운 문제다.


어렸을 때부터 가스라이팅 당해온 신랑도 아직 정신적으로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화를 내면 그걸 어떻게든 풀어 보려고 한다. 외면하지 못해 결국 이렇게 마누라부터 아이들까지 피해를 보게 되었는데 말이다.


그렇게 저녁을 보내고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고 잠을 자고 그다음 날도 늦게 왔다.


내가 안 왔으니 아들 보고도 친정에 가지 말라며 아이들한테도 삼촌집에 가지 말라고 했다는 그녀.

아 유치해라 ~ 나이는 거꾸로 드셨네


그렇게 일 월 화 3일을 힘들게 보내고 온 식구가 늦게 왔다. 이렇게 화내고 짜증 낼 거면 왜 오라고 하는지 참.... 이런 날이 대부분인 명절들..... 이젠 마지막이 되는 명절이다.



첫째는 자기 태어나서 가족한테 욕을 처음 듣는다면서도 이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다. 어느 순간 우리 모두가 한 마음이 되었고 아무리 아이들한테 그녀의 무지함을 숨기려 해도 숨겨지지 않았다. 모를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유치원 때 그녀가 잡은 엄마의 멱살을 기억하고 있었다.


결국 신랑도 너무 2박 3일이 힘들고 싫어서 오자마자 화풀이를 하게 된 것인데.... 어느 순간 난 깨달았다.


그녀도 신랑도 다 나를 감정 쓰레기로 생각하는가?


며칠 후 난 진지하게 얘기 좀 하자고 했고 나의 마음을 그대로 전달했다.


"아이한테 다 들었어. 아이들이 그 순간 어땠냐고 물어보니 집에 갈 줄 알았다고 하더라. 그리고 왜 아이들한테만 어른한테 대들지 말라고 사과하라고 하지? 어른도 화내고 아이한테 욕했으면 사과를 해야지. 그래야 아이들도 인정하지. 왜 어른들은 자기가 잘못한 거는 당연한 거고 아이들이 한마디 했다고 대들었다고 하는 거야? "


" 앞으로 명절에는 따로따로 보내. 자기도 어머님이랑 여행을 가던지 그렇게 보내. 나도 엄마랑 보낼 테니까."


차마 이 말은 못 했지만 난 속으로 이야기했다.

'결국 당신은 와이프도 못 지켰는데 이젠 아이들까지도 못 지켰어.'


자기는 나름대로 중간역할을 했다며 괴로워 했지만 결론은 그 화가 우리한테까지 온다는 사실이다.

아들이 강력하게 끊어내지 못하면 아무리 말로 타일러도 변하지 않는다.


아이들한테 미안했다.


이제 점점 어둠의 터널에서 나오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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