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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호 Nov 09. 2024

24) 아이다호  25) 와이오밍  +포코너스 모뉴먼트

24) 아이다호


이번 여행에서 아빠가 기대했던 것 중 하나는 아이다호 감자를 먹는 것이었어요. 아빠는 감자를 좋아해요.  감자는 아빠의 좋아하는 채소라고 매번 말씀하세요. (이 말은 아빠도 채소를 싫어한다는 뜻이지요).  그리고 미국의 감자는 특히 맛있다고 더 좋아해요.

감자는 미국사람들이 사랑하는 유일한 채소래요. 컵스카우트의 첫 캠핑 때 우리 엄마가 음식담당을 하셨는데 너무 많은 양파와 토마토를 준비한 것을 보고 친구 아빠가 알려주셨어요. 미국사람들에게는 인원수에 상관없이 양파와 토마토는 1개면 충분하다고요. 그리고 채소는 모두 감자튀김으로 섭취한다는 미국식 농담을 섞어 미국인의 ‘감자사랑’에 대해 알려주셨어요

그런 감자가 가장 유명하고 맛있는 곳, 아이다호에 도착했으니 미국사람들과 비교해 절대 뒤지지 않는 아빠의 감자사랑이 꽃을 피우기 딱 좋은 순간이었어요.

어디에 가서 먹으면 산지 특급 감자를 먹을 수 있을까? 아빠는 꽤 오랫동안 지도를 보며 연구하셨어요. 그리고 마침내 와이오밍주를 가면서 그 사이에 있는 식당을 들르자고 하셨어요.


이름은 ‘텍사스 로드하우스’……


What?

당황한 엄마는 왜 감자를 먹으러 텍사스 식당에 가냐고 따져 물으셨어요. 아빠가 오랫동안 공들여 생각해 낸 것은 와이오밍주를 가는 길에 있는 식당이고, 감자사진이 맛있어 보이며, 이곳은 아이다호니까 당연히 이곳 감자를 팔 것이라는 이유로 선택을 했대요. 그리고 확신에 차 있었지요.  사실 저도 약간 갸우뚱 하긴 했지만, 사진을 보니 그럴싸해 보였어요. 그리고 그 식당의 감자는 정말 맛이 좋았어요.


몇 달 뒤, 아빠는 우리가 갔던 식당이 서울에도 오픈했다는 소식을 전해 주셨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아이다호에서 비교적 가까운 우리 동네는 마트에만 가도 아이다호 감자는 쉽게 살 수 있으니까요… 그만큼 아이다호의 감자는 너무 훌륭해서 유통이 잘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아빠가 고심했던 경로는 정말 아름다웠어요. 아마 감자를 먹지 못했어도 불만이 없었을 정도예요. 산을 넘어 Fish Heaven이라는 마을을 통해 Bear Lake에 들렀어요. 이름이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 곰이 많은 호수의 물고기들은 모두 잡혀 먹어서 천국으로 간 걸까요? 다시 태어나면 물고기가 되고 싶은 나에게 슬프기도 하고, 천국같이 좋은 곳이니 행운이기도 한 이야기가 상상됐어요.


엄마와 아빠는 스위스의 브베에 있는 호수가 생각나는 색감이라고 너무 좋아하셨지요. 저는 안가 본 곳이니 알 수 없지만 색이 아름다운 것은 동의했어요.  이렇게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는 곰과 물고기도 사이좋게 지낼 것 같아요.


피시 헤븐에서 쌓인 눈을 보고 장갑을 사달라고 졸랐어요. 웬만해서는 장갑 없이 놀 수 있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날씨가 너무 추웠거든요.


딱 한 곳 있던 마켓에 들러 손이 간신히 들어가는 장갑을 살 수 있었어요. 그리고 계산을 하려던 순간 저에게 예상하지 못한 또 다른 역사가 시작되었어요.  레몬맛 프라임이 그 시골 마켓에  있는 것을 발견했거든요. 정말 찾기 힘든 맛인데 이런 곳에 있다니! 이곳은 역시 제가 물고기로 환생을 해도 천국처럼 살 수 있는 곳이 맞아요.


아이다호는 맛있는 감자는 기본이었고,  아름다운 호수와 프라임이 있어 더욱 즐거운 곳이었어요.


25) 와이오밍


유타주에서 산을 넘어 아이다호를 지나 와이오밍 주를 가기로 결정했어요. 아빠는 산을 넘는 것을 좋아하고 우리는 이번 여행에 와이오밍 주를 찍지 않으면 기회를 만들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에 장을 보러 와이오밍주에 있는 월마트를 가기로 했어요.

어둠이 내려앉은 후 도착한 와이오밍주의 모습은 월마트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우리가 와이오밍주를 분명히 온 것은 맞지만 칠흑 같은 어둠에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곳이 될 것 같았어요.


하지만 계획했던 장을 보면서 와이오밍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되니 헛걸음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곳에는 더 희귀한 맛의 프라임들이 있었지요!  이때부터 저는 여행을 하면서 프라임 지도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한정판 맛을 발견해 내는 것은 마치 보물을 찾는 기분이에요. 그리고 뒤에 여행이 이어질수록 엄마와 아빠도 프라임 보물지도를 그리기 위한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셔서 우리 여행일정의 필수 코스가 되었어요.


사실 여행할 때 월마트에 들르는 것에 대해 항상 제가 강하게 반대해왔어요. 뉴스를 듣다 보면 월마트에서 사고가 많이 일어 나서 가는 것이 무서웠 거든요.  다행히 엄마는 지역의 특색 있는 마트를 둘러보는 것을 좋아하셔서 제 의견은 잘 받아들여졌어요.  하지만 이번에 월마트 포비아를 프라임으로 치유할 수 있었어요.  월마트에 가면 프라임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거든요. 나에게 새로운 취미를 갖게 한 주, 와이오밍. 그래서 지금 내 방에는 10가지가 넘는 다양한 맛의 프라임 병이 각각 다른 추억을 담고 전시되어 있어요. 친구들이 놀러 오면 어깨에 힘주며 쿨하게 보여주는 것이지요.  그럴 때마다 자석을 모은 것보다 더 뿌듯함이 느껴져요.




+ 포코너스 모뉴먼트 (유타, 콜로라도, 애리조나, 뉴멕시코)


아치스를 구경하고 우리는 Four Corner Monument를 들러 라스베이거스에서 한 번 더 집라인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물론 집라인은 액티비티이고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는 일정이었지요.  그리고 이때, 아빠는 지난여름 여행에서 딴 158달러를 포함한 돈을 또다시 겜블을 하면서 잃게 됐어요.


효율을 추구하는 아빠가 이렇게 길을 돌아서 Four Corners Monument를 들러야 했던 이유는 딱 하나예요.  네 개의 주를 1초 안에 돌 수 있는 기회! 유타, 콜로라도, 애리조나, 뉴멕시코 이렇게 네 개의 주가 만나는 지점이거든요.  애리조나와 유타주는 방문을 한 곳이지만 콜로라도와 뉴멕시코주는 보너스처럼 방문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곳에 갔고 1초 만에 4개의 주를 찍고 왔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우리는 뉴멕시코와 콜로라도 여행을 또 다른 방법으로 하게 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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