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열 번 만큼 사랑해요

by 이윤지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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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인형 놀이’다. 세 살배기 남자아이라면 자동차나 공을 좋아할 것 같지만, 우리 집 인형 놀이는 조금 다르다. 그 인형은 마트에서 산 봉제 인형도 아니고, 소꿉놀이에 쓰는 장난감도 아니다. 바로, 아이다.

“엄마, 우리 침대에서 인형 놀이 해요~”

“그래~”

“주원이는 엄마의 인형~ 안아주세요~”


사랑스러운 이 한마디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아이의 작은 두 팔을 감싸 안고, 나는 아주 소중한 인형을 꼭 껴안듯 아이를 안는다. 아이의 볼은 말랑말랑하고, 체온은 따뜻해서 안고 있으면 나도 어느새 인형처럼 말없이 평온해진다.


“인형이 말을 하네? 인형이 메롱을 하네?”

“메롱~ 메롱~ 인형이 메롱 해요~”


내가 장난스럽게 놀리면, 아이는 세상에서 제일 즐거운 장면을 본 것처럼 웃는다. 깔깔깔, 눈이 반달 모양이 되고, 이가 다 보일 만큼 입을 활짝 벌리며 웃는 그 모습이 어쩌면 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웃음이 아닐까 싶다. 웃음소리 하나로 내 하루가 환해진다.


가끔은 인형 놀이가 조금 바뀌기도 한다.


“엄마, 응애응애 해보세요~ 주원이가 엄마 돌봐줄게요~”

하고는 작은 손으로 어깨를 토닥인다.

“엄마 아기, 잘 자요~”

그렇게 서로의 인형이 되어주며, 우리는 매일 사랑을 주고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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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더 많이 사랑하는 놀이’다. 처음에는 내가 아이에게

“엄마는 주원이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해~”라고 말했었다.


그 말을 너무 좋아한 아이는, 매번 사랑의 범위를 조금씩 넓혀가기 시작했다.

“엄마, 나도 사랑해요~ 하늘만큼, 땅만큼, 바다만큼, 우주만큼 사랑해요~”


이런 말도 했다.

“엄마, 열 번 만큼 사랑해요”


그 말을 듣고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자신이 아는 숫자 중 가장 큰 숫자인 10. 그만큼 나를 사랑한다는 뜻이었다. 아이는 자기가 아는 가장 큰 사랑의 단위를 모아서 나에게 아낌없이 준다. 그래, 그게 진짜 사랑이지. 나도 아이에게 그런 사랑을 주고 싶다.


어떤 날은 사랑 표현 경쟁이 되기도 한다.

“엄마가 더 사랑해~”

“아니야! 내가 더 많이 사랑해~ 엄마보다 많이!”


이기는 쪽은 아무래도 중요하지 않다. 사랑을 나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우리는 이미 충분히 기쁘다. 이런 놀이 속에서 나는 아이에게, 아이는 나에게 서로가 꼭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매일 새롭게 확인한다.


하루는 아이가 내 볼을 쓰다듬으며 이렇게 속삭였다. “엄마는 내 보물이야.” 그 말 한마디에 나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고된 하루도, 부족한 나 자신도, 아이 앞에서는 다 괜찮아진다. 내가 무엇을 해줘서가 아니라, 그저 엄마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해주는 아이. 아이는 내게 가장 깊고, 진심 어린 사랑을 가르쳐준다.


아이는 아직 표현할 줄 아는 단어가 많지 않다. 하지만 그 말들 안에는 세상에서 가장 솔직하고 큰마음이 담겨 있다. 오늘도 아이와 침대 위를 뒹굴며 인형 놀이를 하고, 사랑을 몇 번이고 주고받으며, 내 안의 어른도 조금씩 자란다. 사랑이란, 이렇게 말보다 따뜻한 눈빛으로, 손길로, 작은 놀이 속에서 매일 자라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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