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동료가 있습니까?
가족이 아니기에 깊이 관여할 필요 없이 가까워질 수 있는 존재가 동료이다. 냉정하다고 말하면 어쩔 수 없으나 이것이 내가 지금껏 들여다본 인간관계의 특징들 중 가장 객관적인 부분이었다. 더 솔직해지자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존재감을 가진 사람들, 그것이 동료였다. 최소한 나에게만큼은 그렇다는 말이다.
친구와 동료의 차이점을 알고 있는가? 내 안의 여러 가지의 얽힌 어둠과 빛을 이유불문 다 공유할 수 있는 상대가 친구라고 한다면, 그 사이 두터운 문 하나가 존재하는 것이 동료 일 것이다. 그 문을 열지 말지는 내가 가진 유일한 권리일 것이고.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사람마다 마음속에 몇 개의 문을 품고 살아가는지는 알 수 없는 거니까. 나에게는 단 하나지만 너무나도 두터운 문이 존재한다. 결코 쉽게 열지 못하는 부서지지도 않는 그런 문. 얼마나 두터웠으면 상대방 동료들에게 조차 그 문이 어렴풋이 보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라는 사람은 타인에게 좋은 동료로서 다가갈 수 없었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 중 한 명이었을지도.
가끔 동료에도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직장 내에서의 동료, 이웃 사이에서의 동료, 그리고 가족 사이에서도 동료는 존재한다고. 바로 남의 편! 웃자고 한 이야기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남편이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끈끈한 사이를 유지할 수 있는 동료라 말할 수 있지 않은가? 같은 사람일지라도 누군가에겐 동료로서 누군가에겐 친구로서, 또 다른 누군가에겐 그저 스쳐 지나가는 한 사람으로서 나뉠 수 있다는 게 어리석게도 낯설고 신기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나는 여태 내 세상 안에 동료라는 존재를 들인 적이 없었다. 남의 편 빼고.
나조차 어찌할지 모를 내 세상 안에 동료를 들인다는 것 자체가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 않을까. 반대로 혼자서 평안하고 싶어서 일지도 모를 일. 그런 나라도 괜찮다면 누군가에겐 동료라고 감히 불러질 날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