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고 싶어요
성숙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에 위축되지 말아야지 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가장 어른스러울 때가 언제인가 물어보는 질문에 짓눌린 느낌 같았다. 아마도 스스로가 어른이라 여긴 적이 없어서일까? 나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 생각했다. 짙은 어둠 속에서 작은 빛이라도 찾으려 발버둥 치는 내가 과연 그 말과 어울리는 사람인지조차 모를 일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또다시 머릿속에서 종이 울렸다. '왜 어른은 꼭 성숙해야 할까? 그래야 꼭 어른인 걸까?' 당연한 것에 의문점이 생기는 순간들이 종종 찾아오기 마련이지만 이 질문은 나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한 방어막이었을 것이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성숙'이라는 단어와 나를 연관 지어 이 텅 빈 공간을 글로 가득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으니까. 근데 하나 확실한 건 당연히 난 어른이다는 거다. 후훗.
어른이 빨리 되고 싶었던 적도 많았다. 어른이 되면 그저 이 짙은 어둠이 조금이나마 밝아질 것이라고. 그때의 난 혼자만의 시간을 버텨내는 게 어른이 되는 가장 빠른 길이라 생각했다. 그것이 다른 무엇보다 가장 느린 길이란 걸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그리고 묵묵히 어둠을, 그 안의 무서움을 이겨내고 빛을 향해 걸어가면 성숙해질 거라 생각했다. 그 성숙이 나를 보호해 줄 것이라고. 아직 성숙하지 못하기에 할 수 있었던 생각들이었을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에게는 자신을 지키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 무엇을 위해? 나를 위해. 왜 전부 자신을 위한 것이냐 물으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내 안에 나를 위한 것들이 많지 않기에 이렇게 라도 지켜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사람들은 각자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마음속에 품고 살아간다고 나는 믿는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하고 떠올리려 할 때 비로소 조금이나마 성숙해질 수 있지 않나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도 해본다. 이러한 생각과 질문이 모여 '성숙'이란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 그것이 어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