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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

가장 솔직해지는 순간

by Yuni

'다행'이란 말에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솔직해지지 못했던 스스로였다. 마음과 머릿속에 든 모든 걸 솔직하게 풀어나가자고 결심한 공간이 이곳이었음에도 아직 있는 그대로를 채운 적은 없는 것 같다. 나중의 언젠가 내 마음속 종소리와 함께 '이 순간이 정말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이번만큼은 솔직 해져 보려 한다.


사람마다 자기 인생에 있어서 다행인 순간이 존재한다. 나에겐 2024년도 올해가 딱 그런 순간이었다. 어둠에서 빛으로 아주 서서히 바뀌는 과정 같았던 한 해. 마음에 돌덩이들이 가득 차 앞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았을 때 나의 동료이자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나 좀 살려달라고. 그 말을 하기까지는 참으로 긴 과정이 있었다. 그 살려달라는 말 자체가 그에게는 '나 살기 싫어'로 들릴 것 같아 내심 불안했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뭘 그리도 숨기려 했을까? 온몸에 떨림이 가득 찬 것 같은 불안감을 가지고 우리는 병원으로 향했다. 누가 봐도 저 사람은 온몸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있구나 싶은 모습으로 말이다. 그 불안감은 나의 잘못된 편견 속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곳은 전혀 다른 세상일 거라고 그래서 발 들여놓기 조차 어려운 곳이라는 착각 속에 있는 나에게서 비롯된. 떨리는 발걸음으로 그곳을 내디뎠을 때 순간 주위에 빛이 서서히 차기 시작했다. 이렇게 우리는 다행의 순간을 맛보았던 것일까?


지금의 나는 말한다. "아 이게 사람 사는 거 구나. 집에서는 이렇게 웃음소리가 가득할 수도 있는 거구나. 그동안 나는 지옥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구나. " 사실 이 글을 적고 있는 지금도 오롯이 글에 집중하지 못한 채 이 글이 어떤 내용으로 다가갈지를 먼저 걱정한다. 근데 뭐? 그래서 어쩌라고? 퉁명하게 들릴 진 모르겠지만 이러한 말에 가장 위로를 많이 받았다면 믿어지겠는가? 사는 건 똑같다. 나아지는 것 또한 비슷할 것이다.

고로 힘든 순간 또한 누구나 겪는 일이겠지. 나만이 아닌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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