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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시점

안아줄게요. 덕분에.

by Yuni

처음이 주는 감동이 유독 컸던 적이 있었다. 첫 임신사실을 알았을 때, 첫 아이를 품에 안았을 때 등등. 그렇게 사랑으로 다가왔던 첫 아이가 예상치 못한 순간 너무나 갑작스럽게 아프기 시작했다. 앞도 뒤도 없이 그냥 막.


원인도 알지 못한 채 그저 언제 아플지 모를 아이를 바라보는 것 밖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래서 열심히 바라만 보다 보니 아이와 함께 엄마도 아프고 있단 사실을 알지 못했다. 너무도 둔하게 말이다. 내 이야기로 가득 채우자고 다짐했던 여기에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모두가 아이를 바라봤을 그 순간 내가 느꼈던 감정과 생각을 솔직히 풀어내고 싶어서였다. 결코 어디에서도 말하지 못했던, 말하면 큰일이 나는 줄만 알았던 굳어져있던 내 마음 말이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아프게 되면 세상 모든 엄마들은 자기 자신으로써의 존재감을 과감히 내려놓고 100% 한 아이의 엄마로서 굳건해지게 된다. 그때의 나도 다를 것 없는 엄마들 중 한 명이었다. 우리 아이는 내가 1분 1초 눈을 뗄 수도 없는 그런 아픔에 시달려야 했다. 모든 아픔은 예고 없이 찾아오기 마련이지만 유독 그게 심했던 아이 앞에서 엄마를 위한 시선을 바라는 건 생각할 수 조차 없었다. 그 긴 시간 동안 내 안에 뭐가 쌓여가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그러다 1분, 5분, 아니 정말 잠깐 집안일을 본 사이 아이가 아프게 되면 돌아오는 시선들과 말 등 모든 게 다 화살이 되어 나를 향했다.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 모든 게 처음이었던 시기에 내 안에 무엇이 가득 차고 있는지 조차 몰랐던 둔함이 더해져 아이까지 아프게 되는 상황 속 날아오는 화살들이라... 과연 그 화살들이 사실은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걸 내가 깨달을 수나 있었을까?


아이와 거의 24시간 붙어있는 건 당연히 엄마였고 아이가 아파오기라도 했을 때 1초의 망설임 없이 대처하는 것 또한 나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내가 늘 함께였으니까. 내가 늘 봐왔던 모습이니까.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속으로 수도 없이 외쳤던 말이, '실제로 아이가 아파하는 모습을 보는건 나잖아. 직접 본 적도 없잖아. 내 아이가 아픈 모습을 엄마인 내가 가장 많이 보는 게, 그만큼의 능숙한 대처를 해나가는 내가 나만 마음이 아픈가?'였다. 물론 알고 있다. 이 또한 당연한 엄마의 역할 중 하나라는 사실을. 나도 엄마이기에. 하지만 최소한 엄마로서 아이의 아픔에 가장 힘들 것이란 사실을 누구라도 알아주길 바랐다. 그 순간 내 마음에도 무언가 자라나고 있었다. 첫 감동과 함께 오는 마음의 병.


엄마인 나로서 내가 바랬던 건 무엇이었을까? 아이보다 나를 바라봐 주길 바람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아픈 아이에 대한 시선을 그만 거둬주길 바란 것일까? 전부 아니었다. 그저 가장 힘들 아픈 아이 곁에 당연한 역할을 지닌 엄마라는 존재가 늘 항상 있다는 걸 알아주길 바랐다. 그리고 안아주길 바랐다. 너도 아픈 게 당연하다고, 네 탓이 절대 아니라고, 너를 향한 화살 따위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타인에겐 절대 보이지 않는 마음속 화살을 품으며 살아간다. 스스로가 만들어낸 작고 날카로운 화살 한 촉. 내가 이곳에 "엄마라서 당연한 건 세상에 없어"라고 적는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는 걸까? 근데 뭐? 그게 어때서? 가 등장할 타이밍인가? 엄마라서 힘든 게 당연하고 엄마라서 아픈 게 당연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 곁을 마음 건강히 지켜내는 것 또한 당연하고 모든 게 당연한 것은 없다. 가장 아픈 건 엄마라고, 그렇기에 누구보다 따스히 안아줘야 한다고, 이 세상 모든 엄마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동당거리는 마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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