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지키는 방법
올여름이 가기 전 내 마음에 엄청난 놈이 들이닥쳤다. 드라마에서 볼 법한 전화 한 통이 갑자기 우리 집에 울리게 된다. 평소와 같은 익숙한 목소리에 평소와 같은 대화를 이어가던 중 들리는 소식은 이러했다. 미국에 출장 중인 가족이 병원에 있다고. 작지 않은 문제로 꽤 오랜 시간 병원에 있었고 의식을 회복한 것도 몇 시간 되지 않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전화 한 통. 모든 게 멈춘듯한 찰나의 순간 두 귀로는 특정한 단어만 들려왔고 손톱은 새파랗게 변하고 있었으며 심장은 타들어갈 듯 날뛰고 있었다. 제대로 숨을 쉬고 있는지 조차 모른 채.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따른 증상들은 나를 너무도 당황시켰다. 잔잔한 음악과 폭신한 이불 그 어떠한 것도 통하지 않았다. 마치 스스로에게 "그 정도로는 어림없으니 빨리 다른 방법을 찾아!"라고 외치는 듯 느껴졌다. 제대로 생각할 수 있는 마음속 여유가 절실했다. 시간이 약이겠지 하기엔 너무 긴박한 상황이었고 무언가 하기엔 너무 멀리 있었으며 내 눈에 보이는 것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모든 상황을 내 머릿속에서만 그리는 최악의 상상놀이 같달까. 상상에는 한계가 없듯 최악으로 치닫는 이 놀이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극도의 긴장감은 결국 불안으로 이어졌다. 지금이야 알고 있는 이 모든 불안의 증상들이 그땐 하나의 방어기제처럼 느껴졌다. 내가 생각함에 따라 칼이 될 수도 방패가 되어 스스로를 보호할 수도 있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경고처럼. 걱정과 달리 모든 상황은 잘 흘러갔다. 무사히 귀국했고 다행히 치료도 잘 받을 수 있었다.
비루하기 짝이 없는 내 몸과 마음만 빼고.
어째서 이와 같은 순간에 저것들을 방어기제라 여길 수 있는지 나조차도 의문이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있는 그대로가 아닌 역으로 받아들였을 때 그것만으로도 조금은 감당하기 수월해지지 않을까?
몸이 보내는 경고는 가장 강력한 방패가 될 수도 때론 날카로운 칼이 될 수도 있다. 세상이 가진 수많은 불변의 법칙들 중 하나로서 말이다. 부디 고장 난 방패막이 정상으로 돌아오길 바라며 오늘도 글로써 마음을 털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