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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어울리지 않는 말

by Yuni

나와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 중 하나가 바로 '리더'이다. 내 이야기를 솔직히 쓰다 보니 갑자기 나와는 정 반대의 키워드로 글을 쓰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청개구리 심보인가? 떠올려 본 적도 몇 번 없는 '리더'라는 단어를 생각했을 때, 갑자기 궁금증이 폭발하는 듯 머릿속엔 물음표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대체 리더는 어떤 사람을 의미하는 걸까? 리더로서 좋은 건 무슨 이유 때문일까?


어릴 적 나는 선생님의 "발표해 볼 사람~?" 이란 질문에 고개를 푹 숙인 채 없는 척하던 내성적인 학생들 중 한 명이었다. 그런 나에게 있어 가장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던 건 리더의 소질이 다분한 아이들이었다.

한 조의 리더로서 관심을 받고 많은 아이들을 이끌어가며 자신감으로 둘러 쌓인 그런 모습. 뭔가 내가 흉내내기엔 너무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 같았다. 그렇게 3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가며 내가 깨달은 가장 좋은 리더의 모습을 갖춘 사람, 그것은 바로 엄마였다.


온몸에서 자신감이 마구 뿜어져 나오는 듯한 그녀는 사실 리더적 성향이 겉으로 드러나게 행동한 적이 거의 없었다. 적어도 내 눈에 비친 엄마의 모습은 그러했다. 자신만의 울타리를 마음속에 그려놓고 그 안에서는 자유로이 다닐 수 있도록 언제나 우리를 지도했던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 선택의 자유는 늘 주되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길만 터 주는 느낌, 그것이 내가 말하는 우리 엄마이자 내가 생각한 참된 리더의 표본이었다. 그런데 엄마 말은 왜 그리도 안들었나몰라.


꼭 좋은 리더와 그렇지 못한 리더 이렇게 나뉘어야 하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그저 모든 것의 중심에 서서 현명한 행동에 자신감이 깃든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나처럼 내성적인 성향의 소유자라도 말이다.(절대 리더가 되고 싶다는 말은 아니니 오해말길.) 진정한 리더는 못 돼도 그 리더 곁에서 조용하게 묵묵히 있어주는 사람 정도는 할 수 있겠지 나란 사람도. 그것만 해도 이번 생은 성공했다 싶다.

이런 극 I 같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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