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꿈으로 다가왔다.
서서히 가을이 스며드는 때, 꿈과 꿈이 같은 듯 다르게 다가왔다. 올해 나를 어둠 속 구렁텅이로 끌고 갔던 큰일이 지난 후 방패의 오작동에 시달리는 중이었다. 잠을 자면 최소한 내 머릿속 회로는 멈출 것이라 생각했기에 일찍 침대에 눕곤 했다. 하지만 오작동은 꿈에서도 이어졌다. 매일같이 다른 사람들이 나와서 꿈속 내 귓가에 속삭였다. 누군가가 죽었다는 내용에 사람들만 계속 바뀐 채로.
마음속을 어지럽히는 꿈은 하루 종일 내 뒤를 따라다녔다. 마치 잊지 말라는 듯 꿈속 내용을 계속 상기시키면서 말이다. '현실이 아니라 꿈이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라고 생각한다는 남편의 말에도 마음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였다. 아주 큰 종소리가 울렸다. 꿈 말고 꿈을 찾아보는 건 어때?
그렇게 내 인생에 있어 처음으로 꿈으로부터 꿈이 다가왔다.
온 감각을 잠시라도 멈추기 위해 시작했던 책이 이토록 깊게 스며들 줄은 나도 몰랐다. 그러면서 책으로부터 받은 빛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동당동당대는 마음을 안고 더 깊게 집중하니
자연스레 그려지는 머릿속 그림 하나. 따스함이 스며드는 좁다란 공간에 나의 취향으로 가득한 책의 향기, 그리고 그 사이로 보이는 빛. 어둠 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내가 바라온 꿈속 같았다. 현실이면 좋겠다 싶은 너무도 행복한 꿈.
사랑은 사랑으로 라는 말이 있듯 꿈은 꿈으로서 치유되길 바랐을까? 생전 들어보지 못했던 마음속 큰 울림 같은 종소리는 그래서 나에게 온 것일까? 꿈으로부터 꿈을 꾸라고 말이다. 현실이 아닌 꿈을 덮을 수 있는 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행이라는 생각조차 하기 싫었는지도 모르지.
스스로를 비웃는 듯한 커다란 종소리의 울림은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꿈으로부터 다가온 꿈이 어둠 속 빛 한줄기만큼이나 얼마나 큰 에너지를 갖고 있을지 현실에서 깨닫는 순간, 그것은 기이한 현상처럼 다가왔다.
마치 꿈과 꿈이 합쳐지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