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이 빛이 되는 순간
"당신은 온 마음을 쏟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그 순간 마음에서 '띠링' 하고 종이 울리는 듯했다. 매년 새해인사를 보낼 때면 그 누구보다 이 사람들에게만큼은 간절히 온 세상의 복을 다 담아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었다. 가장 깊은 어둠을 걷던 시기에 말할 때마다 그 이상의 곁을 내어준 이와 말없이 숨김에도 모든 걸 알고서 곁을 내어준 이가 있었다. 세상 모든 복을 다 끌어 담아 "전부 네 거야"라고 당당히 말하면서 무심히 툭 던져주고 싶은 그런 관계. 어쩌면 내가 먼저 늘 그들의 곁을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무거운 마음속 어둠을 아무리 빚일지라도 그들에게 보이고 싶어 어린아이처럼 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유 불문 그저 그들의 옆에 언제나 굳건히 서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그 자체로도 내가 충분히 힘들 거라는 걸, 어려운 일을 자신들을 위해 해 나가고 있다는 걸 잘 알아주는 그들이기에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빚이 조금이나마 빛이 되는 순간이었다.
할 수 있는 게 그것이 최선이라는 걸 알면서도 늘 마음의 무거운 빚이 생기면 아무도 보이지 않는 외롭고 어두운 어딘가로 도망쳤었다. 그것이 내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착각 속에 빠진 채 그대로 가라앉길 바라면서 말이다. 그들은 말한다. "무거울 것 없어. 아무 일도 아니야." 별 일 아니라는 말에 마음속에서 다시 한번 '띠링' 하고 종이 울렸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도 종이 울린다. 결국에 빚은 빚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은 마음의 빚이 빚으로서 남을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을, 그래서 무거울 것 없고 무서울 것 없는 그저 별 일 아님을 깨닫게 해 준다는 것을, 마음이 무거워지고 나서야 알았다.
그것이 또다시 생긴 새로운 마음의 빚 이자 빛이었다.